통상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은 기술적인 침체로 여겨진다. 공식 침체 여부를 선언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판단한 전례상 그렇다. 다만 미국은 경기를 판단할 때 노동시장을 유심히 살펴본다는 점에서, 둔화 국면임은 분명하지만 침체까지는 가지 않았다는 관측이 더 많은 분위기다. 바이든 행정부도 공식 침체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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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두 분기 역성장에 침체 논쟁 격화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는 전기 대비 연율 기준 -0.9%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0.3%)를 밑도는 수치다. 미국의 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나눠서 나온다. 이번 발표는 속보치다.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2분기 이후 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이 2분기 예상 밖 역성장을 한 것은 재고 투자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민간 기업들의 재고 투자 감소는 2분기 성장률에서 무려 2%포인트를 끌어내렸다. 또 개인소비지출은 1% 증가하는데 그쳤다. 서비스 지출은 4.1%로 큰 폭 늘었지만, 비내구재(-5.5%)와 내구재(-2.6%) 등은 부진했다. CNBC는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급망 대란 등의 여파”라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현재 경기가 침체 상태인지 여부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은 기술적인 침체로 여겨진다. NBER이 2개 분기 이상 역성장을 했던 때에는 대부분 공식적으로 침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2분기 GDP에 주목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NBER은 경기순환 결정위원회를 열어 고용, 생산, 소득, 지출 등을 분석해 침체 여부를 공식 판단한다.
학계와 시장은 아직 침체는 시기상조라는 기류가 많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이 강력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실업률은 4개월 연속 3.6%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상 완전 고용이다. 한 정책당국 관계자는 “미국은 침체 여부를 가늠할 때 GDP와 함께 노동시장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본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역사상 최저 수준인 실업률 등을 근거로 “매우 강력한 노동시장 등 잘 돌아가는 경제 분야가 많다”며 “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나온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주 수치는 25만 6000건으로 나타났는데, 20만건대는 역사적으로 볼 때 높은 수준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소득, 지출, 고용 등으로 판단할 때 아직 공식적인 침체의 정의를 만족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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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화·침체 구분보다 하강 사실 주목”
그러나 침체까지 가지 않았을 뿐 둔화 국면에 있다는데 이견은 거의 없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침체는 아니지만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디티야 바베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침체에 들어서지는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수요가 약해지고 있는 기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슬로다운(slowdown·둔화), 리세션(recession·침체), 스태그플레이션 등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며 “용어에 따른 구분보다 현재 경기가 하강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실적 시즌에 쏟아지는 기업들의 우려가 심상치 않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마트,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 주요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소비가 크게 둔화하고 있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기업들은 미래 불확실성 탓에 고용와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 실물경제를 좌우하는 많은 대기업들은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이날도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비용 절감을 위해 전체 인력의 6%를 해고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미국 정책당국은 이에 동조하는 편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 침체는 광범위하게 경제가 약화하는 것인데, 이는 현재 일어나고 있지 않다”면서도 “뚜렷한 경제 둔화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 길은 분명히 좁아졌고 더 좁아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연준의 긴축 정책은 더 감안할 게 많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복잡다단해졌다는 의미다. 마냥 물가만 잡으려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더이상 이견이 없는 침체가 빠르게 올 수 있는 탓이다.
미라마 캐피털의 맥스 와서먼 설립자는 “연준은 우리가 (긴축에 있어)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말하고 있고, GDP 수치는 연준이 75bp(bp=0.01%포인트) 혹은 100bp 금리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며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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