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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피해자 조롱 논란' 검사, 정직당하자 "文과 맞장"

정병묵 기자I 2022.03.26 16:49:23

법무부, 24일 진혜원 검사 정직 1개월 의결
박 전 시장 사망 후 피해자 2차 가해 논란
진 검사 "대통령 재가사항…진실 외부 누설해 정직"
박홍근 원내대표 25일 "'피해호소인' 발언 잘못"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여성을 조롱해 ‘2차 가해’ 논란을 빚은 진혜원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부부장검사가 정직 1개월 중징계 처분을 받은 뒤 이를 재가한 문재인 대통령과 ‘맞장’을 뜨겠다고 밝혔다.

진혜원 검사(가운데)가 자신의 SNS에 올린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 (사진=진혜원 검사 페이스북)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지난 24일 진 검사에 대해 정직 1개월을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직으로 의결됐다고 들었는데, 정직은 대통령 재가 사항이라 문재인 대통령님과 맞짱을 뜨게 될 것 같습니다”라며 “사유는 진실을 외부에 누설했다는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진 검사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2020년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과 팔짱을 낀 사진을 올리며 “권력형 성범죄 자수한다.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을 추행했다”는 글을 올리며 피해자를 2차 가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 검사는 또 작년 1월 14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서울시 공무원 A씨의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정황이 공개되자 페이스북에 “꽃뱀은 왜 발생하고 수 틀리면 표변하는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진혜원 검사 3월 26일 페이스북 게시물 캡처
진 검사는 이날 박 전 시장의 1999년 저서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를 언급하면서 이번 징계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 예수, 드레퓌스 및 중세 마녀 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당대 법정에서는 죄인으로 몰려 처형당했으나 역사의 법정에서 성인이나 영웅으로 추대받는 경우를 그린 에세이다.

그는 “엊그제 징계위원회가 있었는데, 분통이 터진 나머지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해 버릴까’ 하는 결의로 들고 갔었습니다”라며 “변호사님의 적극적인 만류로 낭독 대회가 개최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 책은 현명하고 용기 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억울하게 형을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의 재판 과정을 재미있고 진지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라며 “이런 저서를 보면, 여론재판으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의 파렴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신념을 지킨 사람들을 기리는 후대 군중들의 심리가 맞교차되면서 누가 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가를 알게 됩니다”고 언급했다.

현재 여권에서는 당시 박 전 시장을 옹호했던 분위기에 대한 자성이 나오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25일 “피해자에게 ‘피해호소인’이라고 표현을 쓴 것은 잘못된 용어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2020년 7월 박 전 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을 맡은 바 있다.

2020년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진 검사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고, 이런 행위가 검사징계 사유에 해당한다며 대검찰청에 징계를 요청했다. 대검은 1년여 심의한 끝에 작년 8월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한편 진 검사는 작년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시 후보자였던 오세훈 서울시장 등 야권 인사들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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