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설날 휴일이 "주말을 더해서 나흘"이라고 하면 현지인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대륙 밖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떠들썩한 중국인들의 명절 풍경을 현지에서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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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 종` 경매 부치니..1230만원 낙찰
음력 섣달 그믐이었던 지난 22일 저녁 저장성 부자 도시 항저우의 관광명소 시후(西湖)에는 새해맞이 인파가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이 지역 춘절 행사 중 가장 유명한 풍속이 자정에 시후 류허타(六和塔)의 새해 첫 종소리를 듣고 향을 피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근에서 기념품을 파는 쑹링(宋玲.여) 씨는 "매년 10만명씩은 모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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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활황세를 보여주듯 경매 낙찰가가 매년 뛰는 것도 흥미롭다. 2007년 2만위안이었던 게 2008년엔 3만6800위안으로 오르더니 2010년에는 4만2010위안, 작년에는 6만1800위안으로 수직상승했다. 올해까지 5년새 3.4배나 뛴 것이다. 사찰에서는 경매 수익을 불우이웃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이날 경매 몇 시간만에 모인 돈은 약 42만위안(76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 액운 쫓는 폭죽놀이 시가전 방불
곳곳에서 터지는 폭발음이 시가전을 방불케하는 춘절맞이 폭죽놀이도 어김없이 반복된다. 중국인들은 큰 소리로 액운을 쫓는다는 의미로 특별한 날마다 폭죽을 터뜨리는 데 춘절에는 거의 빠짐없이 이 행렬에 동참한다. 설날을 맞는 자정 무렵에는 거리는 물론 아파트 입구, 심지어 베란다에서도 폭죽이 터진다.
폭죽을 많이 터뜨려야 재물복도 크다는 속설로 중국인들은 한해 버는 돈의 10분의 1을 새해 폭죽놀이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이 고향인 장진뱌오(張金標)씨는 "올 춘절 동안 쓸 폭죽을 3000위안어치 샀다"고 했다. 그의 한달 월급과 비슷한 금액이다. 불꽃놀이는 춘절 당일 뿐 아니라 재물신이 온다고 믿는 음력 1월5일, 춘절 행사가 마무리되는 위안샤오절(元宵節, 정월대보름)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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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없이 터뜨린 폭죽 탓에 설날 아침 거리는 폭죽 잔해들이 넘쳐나고 남아있는 화약 연기로 공기 오염도 극심해진다. 상하이시 당국은 올해 설날 새벽 수거한 폭죽 쓰레기가 1000톤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시 환경감측센터에 따르면 대기 속 미세먼지(PM2.5)가 설 자정 직후 평소의 십수배가 넘는 245㎍/㎥를 기록했다.
◇ 가짜 남자친구 대동해 고향 찾기도
하지만 중국인 모두에게 춘절이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반가운 명절만은 아니다. 중국 미혼 젊은이들도 고향집에 가면 `시집(장가)가라`는 어른들 말이 부담스럽다. 이렇다보니 `가짜 배우자감`을 친지들에게 소개시키기도 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왕(淘寶网)에는 `춘절 기간 남자(여자)친구 대행 서비스` 광고가 800여건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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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전 중국사회공작(社會工作)협회가 베이징(北京), 상하이, 광저우(廣州) 등 대도시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0%가 "연휴에 고향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이유(복수응답)로는 `교통편이 힘들어서`(83%), `거주 환경이 불편해서`(75%), `경제적 이유`(71%), `가정 또는 연애 문제`(35%) 등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