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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공장도 불탔다…남아공 폭력 시위 확산에 군대 배치(종합)

김무연 기자I 2021.07.13 08:12:18

친주마 시위대 폭동 확산… 남아공 정부, 軍 배치
대형마트 약탈 및 방화… 더반의 LG공장도 전소
주마,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 형 선고받고 수감 중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와 함께 촉발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수도권까지 번지면서 군부대가 긴급 배치됐다. 시위대는 대형 상점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한국 기업의 공장을 방화하는 등 불법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 무장 보안요원이 2021년 7월 12일 요하네스버그 주 제프스타운에서 남아프리카 경찰국(SAPS)과 합동작전을 벌이고 있다.(사진=AFP)
1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들은 남아공 정부가 제이콥 주마 전(前) 대통령의 투옥 이후 발생한 폭력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이달 7일 경찰에 자진출석해 구금됐다.

주마 전 대통령 구금 이후 친(親) 주마 시위대는 주마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 주를 넘어 경제 중심지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 주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위대는 주마가 후임 라마포스 대통령의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는 쇼핑몰이나 항구를 습격해 절도나 방화를 저지르는 등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우텡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고무탄을 발사하는 장면이 방송에 잡히기도 했다.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피터마리츠버그에선 한 대형 쇼핑몰의 지붕이 큰 화염에 휩싸이고, 요하네스버그에서도 한 대형마트가 약탈당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현재 하우텡에서 4명, 콰르즈나탈에서 2명이 사망한 상태다.

남아공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피해를 봤다. 남아공 동남부 항구 도시 더반의 산업단지에 위치한 LG전자 공장은 폭도들의 방화로 전소됐다. 폭도들은 방화 전 공장에 침입해 전자제품을 약탈해 갔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현재 시위대가 해당 지역을 점거 중이라 자세한 물적 피해는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카줄루나탈 주와 하우텡 주 지역에서 489명의 용의자가 체포했다. 시릴 라마포스 남아공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기회주의적 범죄 행위이며, 사람들이 약탈과 절도를 은폐하기 위해 혼돈을 부추기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체포하고 기소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그들이 우리 법의 모든 힘에 직면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산하고 있는 시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라마포스 대통령은 “쇼핑 센터, 약국의 약탈과 공급망의 혼란이 앞으로 몇 주 동안 식량과 의약품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라며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을 방해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현재 남아공은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봉쇄조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2009~2018년) 벌어진 광범위한 부패 연루 혐의를 조사하는 사법 위원회 출석을 계속 거부한 혐의로 남아공 헌법재판소로부터 15개월 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 남아공 역사상 투옥된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지난 2일 수감된 뒤 헌법재판소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신청했다. 해당 심리는 12일 시작됐다.

주마 전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을 무너뜨린 넬슨 만델라로부터 아프리카민족회의(ANC)를 물려받은 존경받은 사회운동가였다. 그는 아파르트헤이트 반대투쟁으로 10년간 투옥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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