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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HBM에 필수"…하이브리드 본딩 大해부

김응열 기자I 2024.10.22 06:00:00

[미래기술25]①
''꿈의 패키징''…부속품 없이 D램끼리 접착
열 압착 이용하는 삼성…SK하이닉스는 액체 굳혀 패키징
대량 생산 유리한 SK, 1위 올랐지만…기존 제조법 한계
더 쌓고도 더 낮게…HBM 숙제, 하이브리드 본딩이 열쇠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지난해부터 시작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열풍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을 위로 쌓아 만드는 HBM은 이제 누가 더 높이 쌓는지를 겨루는 적층 경쟁 양상으로 번집니다. 이 D램을 잘 쌓고 잘 포장하는 ‘패키징’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데요. 그 중심에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하이브리드 본딩의 원리는 무엇인지, HBM에는 언제부터 적용되는 건지 파헤쳐 설명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SK하이닉스의 12단 HBM3E. (사진=SK하이닉스)
‘하이브리드 본딩’이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쟁력을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존에 HBM을 만들던 방식보다 더 많이 D램을 위로 쌓으면서도 같은 높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크기, 같은 높이에서 더 좋은 성능을 내는 건 모든 반도체 기업들의 숙명입니다. 차세대 HB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개발에 적극 매진하고 있습니다.

◇구멍 뚫고 구리 배선 넣고…적층 기술 결집한 HBM

하이브리드 본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HBM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 주목받는 건 기존 제조 방식의 한계 때문이죠.

TSV 기술 개념도. (사진=삼성전자)
먼저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징 기술로 데이터가 지나는 통로를 만듭니다. D램에 정보가 들어오고 나가는 이 통로를 입출구(I/O)라고 합니다. 현재 출시된 HBM은 이 통로가 1024개입니다. HBM은 TSV 기술로 뚫은 각각의 구멍에 구리처럼 전기 신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소재를 꽉 채웁니다. 이 1024개 구멍에 채운 각 구리배선과 D램 칩에 얹은 전도성 마이크로 범프를 정교하게 연결합니다.

◇고적층 유리하지만…양산성 낮은 삼성 TC-NCF

정보가 다닐 입출구를 만들고 각 D램을 연결했으니, 이제는 D램 사이사이 비어 있는 공간을 잘 메워야 합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방식이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TC-NCF(Thermo Compression-Non Conductive Film)’라는 방법으로 HBM을 만듭니다. D램을 쌓으면서 중간중간 얇은 비전도성 필름(NCF)을 넣은 뒤 열로 압착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칩 사이의 공간을 완벽히 메울 수 있습니다. 칩이 휘는 ‘워피지(Warpage)’ 현상을 예방하는 데에도 강점을 보입니다. 하지만 열과 압력을 1024개나 되는 각 범프에 일정하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칩을 쌓아 연결하기 전에 더 얇게 만들기 위해 D램 뒤쪽을 갈아내는 ‘그라인딩’ 작업을 하는데요, 이때 두께가 균일하지 않으면 칩 곳곳에 미치는 압력도 달라집니다. 불량률이 높아진다는 것이죠.

MR-MUF와 TC-NCF 비교.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문제점 때문에 다른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 공정입니다. 먼저 1차 작업으로 D램 칩을 쌓아 붙인 뒤 오븐과 같은 장비에 여러 개의 칩을 넣어 열을 가해 납땜을 합니다. 이 장비 안에서 납이 녹으며 때우는 방식입니다. 이 작업이 MR, 매스 리플로우입니다. MR 공정 뒤에는 MUF 작업을 합니다. 납땜 작업을 마친 HBM의 칩 사이사이에 끈적끈적한 액체를 흘려 넣습니다.

MR-MUF 방식은 칩 사이사이를 끈적한 액체로 채우는 만큼 추가로 열을 가하는 작업이 불필요합니다. 열에 의한 칩 손상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공정이 간단하고 대량생산에 유리해 생산성이 향상됩니다.

◇적층 D램 높아지는 HBM…“삼성·SK 모두 한계 명확”

다만 MR-MUF 방식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MR-MUF에서 사용하는 끈적한 액체를 칩과 범프 사이사이에 잘 흘려 넣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더 성능 좋은 HBM을 만들기 위해 메모리 기업들은 적층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에 높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되 적층하는 D램간 간격을 좁게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생깁니다. 높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쌓는다면 고사양 제품을 만들기는 쉽겠지만 반도체가 커져 디바이스 자체의 크기 설계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6세대 HBM4부터는 입출구 숫자가 기존 1024에서 2배 더 많은 2048개까지 늘어납니다. 반도체 면적은 같은데 더 많은 입출구를 넣어야 하니 입출구 사이 간격을 좁혀야 합니다. 이 좁은 공간에 끈적한 액체가 제대로 스며들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것이죠. 액체가 구석구석 흘러가 굳지 않으면 열 방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D램끼리 직접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칩과 칩 사이를 연결하는 범프와 접착제 없이도, 유전체와 구리 소재만을 이용해 칩끼리 직접 붙이는 방식입니다.

단계별로 자세히 보겠습니다. 웨이퍼에 유전체인 산화막과 금속물질 구리를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연마 작업인 CMP 공정을 통해 구리와 유전체를 울퉁불퉁하지 않고 평탄하게 만듭니다. 이때 구리는 뒤에 있을 열처리 작업을 위해 조금 더 움푹하게 파는데 이를 디싱(dishing)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플라스마 조사 공정을 거쳐 각 칩의 유전체 표면이 화학적으로 접합할 수 있도록 활성화 시킵니다.

이후 본딩, 즉 칩과 칩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유전체는 유전체끼리, 구리는 구리끼리 붙이는 1차 접합입니다. 이로써 유전체는 가접합됩니다. 유전체 사이의 ‘반데르발스 힘(van der Waals force)’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가까운 거리에서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을 뜻합니다. 유전체는 일단 붙었지만 구리는 움푹하게 만드는 디싱 작업을 거친 탓에 아직 서로 완전히 붙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 순서. (사진=SK하이닉스)
다음은 열 처리입니다. 절연체는 화학적 결합으로 붙긴 했지만 150도 정도의 열을 가해 더욱 단단하게 연결 시킵니다. 구리 부분에도 열을 주는데요. 150~350도 사이의 더 높은 열을 가해 구리가 팽창하도록 합니다. 위·아래 칩의 구리가 팽창하면서 홈을 채우고 서로 붙습니다. 이같은 열처리를 어닐링(annealing) 작업이라고 합니다.

하이브리드 본딩의 특징은 구리와 절연체, 서로 다른 특성의 두 물질을 한 웨이퍼 안에서 붙인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라고 부릅니다. 구리는 전기가 잘 통하는 반면 절연체로 쓰이는 산화막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입니다. 또 각 칩을 붙이기 전 CMP 공정은 전공정에 해당하고 각 칩을 붙이는 과정이 후공정에 해당해, 전공정과 후공정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적인 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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