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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성추행 민사 패소…차기 대권 악영향 미칠까(종합)

김정남 기자I 2023.05.10 08:10:15

뉴욕 남부지법 배심원단 "트럼프, 27년 전 캐럴 성추행"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96년 한 백화점에서 작가인 진 캐럴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민사 소송에서 패소했다. 그를 향한 성적 비위 주장과 관련해 법원이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그의 대권 가도가 악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현지시간) CNN, CNBC 등에 따르면 9명(남성 6명·여성 3명)으로 구성된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은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이날 오전 숙의 절차에 돌입한 이후 3시간도 안 돼 만장일치로 이렇게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민사 소송 재판에서 승소한 진 캐럴. (사진=AFP 제공)


배심원단은 원고인 캐럴의 주장 중 일부만 인정했다. 캐럴은 27년 전인 1996년 뉴욕 맨해튼의 한 고급 백화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했지만, 배심원단은 성폭행의 증거는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했고 이후 이를 부인하는 과정에서 캐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했다. 그는 캐럴의 성폭행 주장을 부인하면서 “그 여자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등의 언급을 했다.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적 비위와 관련해 법률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캐럴은 27년 전 어느날 한 백화점 출구에서 우연히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농담을 한 뒤 “친구 선물을 고르는 것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을 갑자기 탈의실 안으로 밀어 넣은 뒤 곧바로 문을 닫고 벽에 밀치면서 성폭행을 했다고 캐럴은 주장했다.

캐럴은 2019년 회고록을 통해 이를 뒤늦게 폭로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강력 부인하며 “내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조롱하자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공소시효가 이미 지나서 성폭행 혐의로 형사 고소를 할 수는 없었던 탓이다. 이와 함께 뉴욕주가 지난해 11월부터 공소시효가 지난 성범죄 피해자에게 1년 한시로 민사 소송을 허용하는 법을 시행한 덕에 금전적인 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민사 소송은 엄격한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형사 소송과는 약간 다르다. 원고와 피고 가운데 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출하는 측이 이기는 식이다.

배심원단은 이날 이처럼 평결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500만달러(약 66억원)의 피해 보상과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성추행에 대한 보상 200만달러 △성추행에 대한 징벌적 배상 2만달러 △명예훼손에 대한 보상 270만달러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배상 28만달러 등이다.

이번 평결은 민사 소송과 관련한 것이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금전적인 책임만 지게 됐을 뿐 형사적인 책임과는 무관하다. 그러나 다양한 성적 비위 주장을 받아 온 가운데 처음 법률적 책임을 지게 된 것이어서 작지 않은 타격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차기 대권 가도에서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오히려 지지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 역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당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를 여론조사상 다소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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