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노가다 에디션을 아시나요? 밀가루도, 시멘트도 꽂힌 패션의 힘

김무연 기자I 2020.07.04 10:00:00

성신양회, 티그린과 손잡고 ‘내 삶의 무게’ 백팩 출시
인지도 낮은 시멘트 기업… 백팩으로 이슈 몰이 성공
대한제분, ‘곰표’ 굿즈로 큰 인기… 다양한 기업 합류
적은 비용과 리스크로 이슈… 마케팅에 적합하단 평

성신양회와 티그린이 협업해 만든 ‘내 삶의 무게’ 백팩(사진=4XR 공식 홈페이지)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덩치 큰 중년 남성이 런닝셔츠만 입은 채 건설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연신 땀을 닦는 그는 어깨에 시멘트 포대를 메고 힘겨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가 짊어진 것은 시멘트 포대가 아니라 시멘트 포대처럼 디자인된 백팩이다. 바로 성신양회의 브랜드 천마 시멘트와 온라인 쇼핑몰 4XR 운영사 티그린이 협업해 제작한 백팩 ‘내 삶의 무게’다.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선 건설 일용직을 속되게 이르는 노가다와 패션 한정상품 에디션의 합성어인 ‘노가다 에디션’이 화제다. 성신양회와 티그린이 손잡고 만들어 낸 ‘내 삶의 무게’ 백팩은 인터넷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을 통해 큰 이슈를 낳고있다.

4XR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천마표 상품들(사진=4XR 공식 홈페이지)
‘내 삶의 무개’ 백팩의 디자인은 천마 캐릭터를 크게 새겨넣은 성신양회의 시멘트 포대에서 따왔다. 백팩명은 시멘트를 나르는 노동자들의 고됨을 연상시키는 ‘내 삶의 무게’라고 지었다. 특히 백팩 표면은 닥나무의 인피로 만든 한지와 자연 섬유 코튼을 접목한 한지가죽을 사용해 튼튼함을 추구하면서도 구겨진 종이의 느낌을 동시에 줬다.

시멘트는 건설 현장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현장 노동자 뿐 아니라 인근을 지나가는 일반인들에게도 눈에 친숙한 상품이다. 성신양회 시멘트의 마스코트 천마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이유다. 성신양회는 이번에 천마와 시멘트 포대를 모티프로 삼은 백팩을 출시하면서 일반인들에게 회사를 알리고 브랜드 호감도를 올리는 효과를 얻을 것이라 보고 있다.

앞서 티그린은 지난 2017년 밀가루 제조회사 대한제분과 손잡고 곰표 반팔티를 출시한 바 있다. 녹색 사각형에 밋밋한 고딕체로 ‘곰표’라는 글자가 적혔고 그 위로 곰 그림이 들어가 있는 이 티셔츠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특이 상품으로 천천히 입소문을 탔다.

4XR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곰표 상품(사진=4XR 공식 홈페이지)
티그린은 지난해 곰표 맨투맨과 후드티, 야구점퍼를 선보였고 지난 5월엔 백팩까지 판매에 나서는 등 총 3차례에 걸쳐 대한제분과 협업을 진행했다. 또 BGF리테일과 손잡고 ‘곰표 밀맥주’를 CU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곰표 밀맥주는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은 30만 개를 돌파하며 수제맥주 카테고리 판매량 1위를 달성했고 전체 국산 맥주 판매량 10위에 진입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제분회사라는 특성상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커 젊은 세대에게 인지도가 낮았던 대한제분은 이제 ‘곰표’란 이름으로 밀레니얼 세대에도 친숙한 회사로 거듭났다. 저점을 찍었던 주가도 반등했다. 지난 4월 24일 12만5000원까지 주저 앉았던 대한제분의 주가는 지난 3일 16만5000원까지 올랐다.

대한제분의 성공에 주류 회사, 과자 회사들도 비슷한 마케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 무신사와 손잡고 ‘참이슬 백팩’을 출시했다. 참이슬 백팩은 발매한 지 5분 만에 수량 400개가 모두 팔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빙그레 ‘꼬트-게랑(Cotes Guerang)’ 모델 지코(사진=빙그레)
빙그레는 지난달 30일 꽃게랑 과자 모양을 로고화해 패션 브랜드 ‘꼬뜨-게랑’을 론칭했다. 모델은 MZ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가수 지코가 맡았다. 빙그레는 꽃게랑 로고를 사용한 티셔츠 2종, 반팔 셔츠, 선글라스, 미니백 2종, 로브, 마스크를 오는 7일부터 G마켓을 통해 단독으로 한정 판매할 예정이다.

신원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지이크도 지난달 말 대웅제약의 대표 브랜드 우루사의 곰 모양을 재해석한 로고를 새긴 티셔츠와 양말, 슬리퍼 등을 내세웠다. LF의 질스튜어트스포츠도 지난달 중순 100년 역사의 젤리 브랜드 하리보와 함께 티셔츠, 양말, 샌들 등을 협업 콜렉션을 선보였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주류, 과자 등 B2C(기업 과 고객 간 거래) 업체는 물론 B2B 기업들도 일반인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느끼는 듯 하다”라면서 “패션과의 협업은 부정적 이슈로 흐를 가능성이 적은 데다 신선하고 기존과 다른 것을 선호하는 MZ세대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어 비용 대비 높은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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