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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 풍토라면 경영진이 먼저 자본효율성을 투자자에게 알릴 것이다. PBR의 분자(주가)는 투자자가 결정하는 것이고 분모(자기자본)는 경영진이 결정하는 것으로 경영진의 주주 중시 경영에 투자자가 점수를 매기는 대표적인 경영지표이기 때문이다. 그 값이 1 보다 작다면 주주들 앞에서 회사의 이익 능력과 자본배치, 주주환원, 지배구조 등을 설명하고 그 개선을 설득하는 것이 경영자의 자세일 것이다.
다행히 기업가치제고계획 공시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그간의 지배구조 제도 개선을 기업 경영 관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번 저PBR기업 공표는 인센티브 중심으로 추진돼 오던 그간의 기업가치제고정책과 다소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성과에 대한 고민을 읽을 수 있다. 다만 기업만 규율해서는 시장 전반의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자본시장 생태계 전반의 관점에서 주주 중시 경영을 촉진할 수 있는 유기적이고 추진력 있는 정책조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관련해 비슷한 경로로 앞서가는 일본을 더 살필 필요가 있다. 연성규범 정책은 우리와 같지만 기관투자가를 핵심적인 정책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우리와 큰 차이다. 공적기금 중심으로 지배구조원칙과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을 강력하게 추진함은 물론이고 돈의 흐름을 지배구조 테마로 이끄는데 공적기금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공적연금(GPIF)이 자금을 위탁할 때 지배구조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하기도 하고 일본은행이 아베노믹스 이후 지배구조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규모 매입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기관투자가 잠재력은 일본에 결코 못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잠재된 역할을 정상화하는 것이 투자자 중심의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지름길일 수 있다. 이들이 움직일 수 있는 명확한 지침과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들이 자본효율성을 핀셋 감시하고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구체적이고 명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나 지배구조모범규준에 목적(기업가치 제고)과 수단(자본효율성과 자본배치 등)을 명확히 분리하고 기업 이사회의 검증 역할을 추가해 기관투자자의 관여 대상도 명확히 해야 한다. 비교 가능성과 신뢰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보고서 제출이 의무화된 코스피 기업은 기업가치제고계획을 일본처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통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공적기금이 자본효율성 중심의 머니무브를 선도해야 한다. 돈이 움직여야 기업도 변한다.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중점관리사안으로 자본효율성을 추가해 주주 중시 경영을 직접 감시하고 위탁운용의 경우 운용사 선정과 자금배정에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실적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전통자산과 대체투자(헤지펀드) 위탁 유형에 인게이지먼트전략을 새로 추가하는 방안이다. GPIF처럼 주식 패시브 위탁에 대해서도 시장 전체의 베타를 높이는 인게이지먼트 전략 유형도 고려해 봄 직하다. 오해하지 말 것은 국민연금의 이런 역할은 지배구조 디스카운트 완화를 통해 시장 전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니버설투자자(universal investor)로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테마에 민간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규제와 세제를 정비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지수 추종 없는 액티브 ETF가 허용되며 출시된 ‘PBR 1배 미만 해소 추진 ETF’ 같은 것이 우리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액티브 ETF 상관계수 규제를 폐지하고 인게이지먼트 공모펀드가 가능하도록 운용규제와 공시규제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
주주환원, 독립이사 추천 등과 같은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인게이지먼트펀드에 대해서는 일본 사례를 참고해 공동행동·공동보유·5%룰 공시요건을 완화하는 것도 정책과제가 될 것이다. 주식 직접투자에 한정된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간접투자로 확대하는 것 역시 주주환원 확산과 그 성과의 일반투자자 귀속을 위한 주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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