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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지게꾼 검사’ 긍정적 기능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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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I 2026.09.07 0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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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기고

김기동 대표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사법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하는 부서가 검찰의 ‘형사부’다. 이런 형사부에 소속된 검사들은 오래전부터 ‘지게꾼 검사’라고 불렸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무거운 짐들을 법원으로 실어 나르는 고된 일을 한다는 뜻이다. 형사부 검사는 미제 통계에 시달린다. 무죄가 나도 불기소했다가 재기수사명령을 받아도 벌점을 받는다. 그래서 야근이 일상화됐다. 반면 인사에서 중용되는 것은 대체로 기획, 특수·공안부 검사들이었다. 형사부는 늘 기피 부서였다.

아무런 보완 없이 사법경찰의 의견서대로 기소하는 사건은 드물다. 공소장에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빈틈을 메우고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제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이나 신빙성도 확인해야 한다. 크든 작든 그 모든 과정이 법률적으로 ‘수사’에 해당한다.

사기, 횡령,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 기술유출범죄 등 경제사범은 말할 것도 없고 벌금 몇십만 원에 그칠 폭력 사건도 의외로 품이 많이 든다. 서너 명이 뒤엉켜 싸운 사건이라면 관련자들 간 대질조사를 해야 할 경우도 많다. 싸움을 말리려던 사람을 만연히 기소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불기소할 사람, 벌금 50만원·100만원 구형할 사람을 가리는 것이 형사부 검사가 하는 일이다.

하나의 객관적 진실에 대해 관련자들의 진술이 다른 경우 진실을 가려야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다. 기록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렵고 대면조사를 해야만 심증을 형성할 수 있다. 형사사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기죄는 수사 담당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곤 한다. 사기의 고의는 피고소인의 재산 상태 등 변제 자력을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서는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불기소 기록을 전부 대출받아 분석할 때도 있다.

오는 10월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검사들이 담당해 온 이런 업무와 책임은 더 이상 검사의 몫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그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일은 사법경찰관과 법관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중국 속담에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라는 말이 있다. 위에서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을 내려보내도 현장에서는 빠져나갈 방도가 생긴다는 뜻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요구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몇 차례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수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부실한 결정을 하는 검사들이 속출할 것이다.

또 개정법은 새로운 ‘수사의 사각지대’를 만들 것이다. 무고, 증거조작, 범죄수익 은닉, 위증 등의 범죄는 수사의 종결이나 공판 단계에서 확인된다. 자유형이나 고액 추징금의 집행을 위한 수사도 필요하다. 공판중심주의 재판에서는 기소됐다고 해서 수사, 즉 증거수집 활동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경찰이 이런 과외 수사 업무까지 충실하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범죄자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이 사법 정의다. 그러나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사건 미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검찰과 경찰 모두 충실한 사건 처리가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조금 복잡한 사건이라면 1년 내 결정되는 경우가 드물다. 2, 3년은 기본이고 5년이 넘은 장기 미제 사건도 허다하다.

개정법의 시행으로 ‘보완수사 요구’가 대폭 늘어나면 미제 사건은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검사들에게는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 앞으로 검사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겠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검사들이 힘들더라도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이 좋은 제도다. 수사개시권이 없어진 ‘공소청’ 검사는 전부 지게꾼 검사일 뿐이다. 검찰에는 20년 이상 형사사건 업무만 해 온 고호봉 검사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형사사건 전문가들이다. 이런 전문가들의 능력과 경험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제도를 고치고 보완하는 데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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