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한전은 주민 소통 공간인 ‘빛으로 나눔쉼터’를 설치하고, 직원들이 현장에 장기간 머물도록 했다. 주민과 식사를 함께 하고 농사일을 돕는 등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생활 속 접점을 늘려 나갔다. 처음엔 눈길도 주지 않던 동네 주민의 “생선회가 먹고 싶다”는 한 마디가 반가워 200km가 넘는 거리를 한달음에 오가기도 했다. 전기체험관 견학, 찾아가는 이발관·사진관 운영, 지역 특산물 구매, 농촌 일손돕기, 희망나눔 콘서트 등 다양한 상생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도 이어갔다.
이 같은 노력으로 79개 경과 마을 주민과 합의를 모두 마무리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사업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전력을 받아야 할 종착점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다시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 인허가 벽에 다시 막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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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까지 제정하며 전력망 건설 속도전에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업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인허가 기간을 줄이는 등 법적 장치가 마련됐지만 주민 반발과 지자체 갈등이라는 현실의 벽이 여전히 높은 탓이다.
동서울 변전소는 동해안-동서울 HVDC 사업의 종착점으로, 이곳이 완공돼야 동해안 원전과 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에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다.
옥외 변전 설비를 건물 안으로 옮기고 HVDC 변환소를 증설할 계획이지만 하남시는 2024년 8월 인허가를 불허했다. 주민 안전과 의견 수렴 부족이란 이유에서다. 같은 해 12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가 한전의 손을 들어줬지만 주민들의 반발 속에 여전히 건설은 오리무중이다.
전력망 건설 지연은 특정 사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새만금·신안 해상풍력 연계선’의 경우에도 2031년에서 2033년에 준공 예정으로, 정부의 2030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도 시차가 있다. 충남 당진시와 아산시를 연결하는 44.6km 길이의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와 인허가 지연으로 2003년 착수 후 21년 만인 2024년 11월에 운전을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전이 추진 중인 주요 송전망 사업 54건 가운데 약 20개 사업이 애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이 가운데 14개 사업은 주민 민원과 인허가 문제에 부딪혔다. 택지조성지연이나 산단조성지연, 공기부족 등 기타 요인으로 인한 지연은 6건에 그친다.
입지 선정 단계에 있어 아직 공식적으로 지연 사업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향후 주민 민원과 인허가 문제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 사업도 10건 안팎에 이른다. 주요 송전망 사업 절반 이상이 직·간접적인 지연 리스크에 노출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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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건설 지연 여파는 이미 산업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AI데이터센터 등 신규 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수도권에서는 필요한 전기를 제때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4년 8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 신청 736건 가운데 수도권 신청은 522건으로 7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279건이 ‘공급불가’ 판정을 받았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신규 전력 수요를 기존 전력망으로 수용할 수 있는지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다. 수도권에 신규 전력 수요가 몰렸지만, 그 중 절반 넘게는 전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1차 검토를 통과한 243건 가운데 실제 본심사 단계까지 진입한 사업은 24건에 그쳤고. 최종적으로 전력 공급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 1010메가와트(MW) 규모다. 신청 건수 기준 승인율은 1.9%, 전력용량 기준으로도 3.0%에 그친 수치다.
정부도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시행하는 등 전력망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국가 전략사업으로 지정된 전력망 사업에 대해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국무총리 소속 국가기간전력망위원회를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해 10월1일 99개 전력망 건설사업을 국가기간 사업으로 지정하며 인허가 ‘패스트트랙’에 올렸음에도 대부분 실질적인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특별법의 핵심이 인허가 절차 단축과 관계기관 협의 간소화에 국한되고, 실제 사업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인 주민 반발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실제 인허가 권한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인허가를 미루거나 불허하면 사업이 장기 표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다.
이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은 “현재 장기 송변전계획은 한전이 주관해 수립하고 발표하는데 중앙정부 차원에서 계획 수립과 발표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며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도 지자체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들이 협조할 수 있는 추가 인센티브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8/PS2608100005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