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장기 메가 프로젝트에서도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삼성과 SK가 총 800조원을 투입해 생산공장 4기를 짓는다.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 전략이 사실상 반도체 하나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메모리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이다. 공급이 조금만 늘어나도 가격이 급락하고, 수요가 살아나면 다시 초호황을 맞는 일이 반복돼 왔다. AI 시대가 열리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반도체 팹 하나를 짓는 데는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본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시점도 2028년 이후다. 지금의 투자는 미래 수요를 전제로 하지만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열기가 계속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과 유럽, 일본도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내 팹 건설을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의 경쟁 구도가 바뀌거나 투자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AI 확산으로 HBM뿐 아니라 다양한 첨단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글로벌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도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가 산업정책과 국토 개발, 인프라 구축이 반도체에 과도하게 집중되면 충격을 흡수할 완충장치는 약해진다.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로봇, 우주항공 등 새로운 성장축도 함께 키워야 한다.
국가 균형 발전은 특정 산업의 공장만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구조여야 지속 가능하다. 메가 프로젝트의 목표도 ‘제2, 제3의 반도체’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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