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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도가 주목받는 건 단순히 주민들에게 돈을 지급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간 신재생 에너지 전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민 수용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어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단지는 대표적인 님비시설이다. 외부 자본이 들어와 이익만 가져가고 환경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 몫이라는 불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안과 제주의 모델은 주민을 개발사업의 수동적 객체가 아닌 사업의 ‘주주’이자 ‘주인’으로 전환시켰다.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거창한 구호가 ‘나의 소득’이라는 실리와 만날 때 에너지 전환은 비로소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게 된다.
나아가 이 모델은 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로 신음하는 지자체에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우리는 이 현상을 단지 번뜩이는 ‘행정 아이디어’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낮은 재정자립도로 인해 중앙정부의 교부금 지원 없이는 기본적인 복지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농어촌 현실에서 지역의 자연 자원을 활용해 자체적인 수익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국가 주도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지역형 기본소득’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주민에게 지급한 연금은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경제 생태계를 순환하는 마중물이 된다. 바야흐로 에너지가 복지가 되고 복지가 다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셈이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발전 설비로 인한 경관 훼손, 산림 파괴 등 환경적인 부작용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또한 기상 상황에 따른 발전 효율 저하나 설비 노후화로 인한 유지보수 비용 급증으로 약속된 연금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존재한다.
따라서 사업 초기 단계부터 주민, 지자체,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수익 배분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설치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운영 전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익 변동성에 대비한 유보금 적립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속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퍼주기식 사업은 결국 또 다른 갈등과 흉물을 낳을 뿐이다.
지방은 고령화로 인한 소멸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넓은 부지와 풍부한 일조량, 바람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지방을 ‘소멸해가는 변방’이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최전선’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성공 사례가 특정 지역의 행운으로 끝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서둘러야 한다. 정교한 이익 공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주민 참여형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과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 전환을 지역 공동체 회복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절실하다.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지역 소멸이라는 복합 위기 앞에서 햇빛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연금은 단순한 소모성 지원금이 아니다. 그것은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지방이 쏘아 올린 희망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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