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모처럼 활짝 갰지만..`비에 젖은 한국, 달라진 풍속도`

김혜미 기자I 2011.08.21 15:08:32

아이스크림 등 식음료·에어컨 매출 급감
우산·장화 등 장마용품 판매는 크게 늘어
과일·채소값 급등..야구경기 줄줄이 취소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22일 서울은 모처럼 화창한 날씨를 보였지만 올해 여름철의 서울 등 중부지방은 폭우와 잦은 비 등 궂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예년과 다른 사회 풍속도가 곳곳에서 목격됐다. 폭우로 인해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물가가 치솟으면서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석을 앞두고 물가당국은 물론 유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계에서는 수영복과 자외선 차단제, 에어컨 등 여름용품들의 매출이 죽을 쑨 반면 장마용품들은 호황을 누렸다. 지자체들이 여름 방학과 휴가철을 노리고 진행하려던 이벤트, 야구를 포함한 실외경기들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됐고, 음울한 날씨 탓에 우울증, 관절염 환자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전국의 일조시간은 평년대비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강수일수는 대폭 늘어났다. 지난 6월1일~8월15일까지 전국 47개 지역의 일조시간은 총 337시간(14일)으로, 평년의 451.3시간(18일 19시간)에 크게 못미쳤다. 반면 강수일수는 40.7일로 지난 30년간 평균치인 30.4일보다 열흘 정도 더 많았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일조시간은 272.4시간으로 전국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것은 물론, 평년 대비로도 108시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일수는 평년대비 14일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기상변화는 시민 생활의 변화를 통해 업계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아이스크림과 스포츠 이온음료, 맥주 등의 식음료와 에어컨 매출이 크게 줄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아이스크림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 줄었고, 에어컨과 캠핑용품 매출은 각각 31%와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산이나 장화, 제습제 등은 예년보다 호황기가 길어지면서 수혜를 봤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15일까지 우산과 장화 매출은 각각 전년동기 대비 62%와 14%의 신장률을 보였다. 제습제 판매도 46% 증가했다.

이상 날씨는 농산물 가격에 특히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채소값은 전월대비 35% 폭등했고, 그 탓에 전체 농림수산품 물가가 4.1% 올랐다. 과일과 채소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올 추석 차례상 물가도 급등할 전망이다. 롯데마트는 올 추석 사과와 단감값을 각각 전년대비 10%와 17% 오른 1만6500원(5개)과 7000원(5개)으로 예상했다.

대형병원들에 따르면 길어진 장마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예전보다 대폭 늘었다. 통상 더운 여름철엔 피부병이나 식중독 환자가 많지만 올해는 우울증, 관절염 등 궂은 날씨탓에 병원을 찾은 환자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레저·스포츠계도 울상을 지었다. 실내 놀이공원은 사정이 그나마 나았지만 에버랜드를 비롯한 야외 놀이공원을 찾는 사람들 숫자가 줄어들었고, 야구와 축구는 우천과 폭우로 경기를 취소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