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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청구인 A씨는 2022년 8월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피해자가 우산꽂이에 꽂아둔 시가 20만원 상당의 검정색 장우산 1개를 몰래 가져갔다는 혐의로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A씨는 “피해자의 우산을 자신의 우산이라고 착각해 가져간 것”이라며 “절도의 고의가 없었는데도 검사는 절도의 고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기소유예처분을 내려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청구인의 절도 고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청구인과 피해자의 우산이 외관상 유사했고, 공공장소에서 우산을 착각하는 일이 흔하다는 점, 청구인의 나이와 기억력 저하 호소 등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우산을 착각했다는 주장이 비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재는 또 “피해자 우산의 특징인 비닐포장과 브랜드 마크를 청구인이 인지했는지 확실치 않고, 일행과 함께 있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상황에서 우산을 훔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청구인에게 전과가 없고 즉시 우산을 반환했으며, 일관되게 고의를 부인한 점도 고려됐다.
그러면서 “수사기록만으로는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추가 수사 없이 청구인에게 절도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해 내린 기소유예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주장과 정황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내린 처분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헌재는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충분한 증거 없이 범죄 혐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