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출간한 시집 ‘버킷리스트’에서 세상에 나와 꼭 해보고 싶은 일에 대해 짚어낸 나태주 시인은 내달 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리는 ‘제13회 이데일리 W페스타’의 주제인 ‘나다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나 시인은 올해 W페스타에서 ‘나다움’이라는 주제의 강연에 나선다.
지난 3일 충남 공주 풀꽃문학관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그는 젊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면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내몰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자존감이 없다는 건 닻이 없어 그냥 물위에 떠있는 배와 같다”며 “힘겨운 인생살이 한가운데 배가 떠내려가지 않으려면 무거운 쇠로 닻을 내려야 한다. 풍랑이 치고 파도가 칠 때 닻을 내려야 그 자리에 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 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방법에 대해 “시련을 겪어야 내면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이 나온다”며 “젊은 친구들은 알껍데기를 뒤집어 쓴 새와 같다. 알껍데기를 깨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조류나 유행을 따라가더라도 결국에는 내가 가고 싶은, 내가 원하는 길을 가야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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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살고 싶은 삶과 살아야 하는 삶이 있다”며 “살고 싶은 삶은 권리와 자유가 있고 살아야 할 삶은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라고 설명했다. 나 시인은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교직(살아야 할 삶)을 택했다. 행복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고 했다. 하지만 살고 싶은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시인으로의 활동도 병행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시 ‘풀꽃’은 국민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2007년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했다.
최근 출간한 시집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장은 ‘퇴근. 오늘도 열심히 죽어서 잘 살았습니다’라는 문구로 끝맺음을 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는 삶을 견딘 자신과 모든 사람에게 던진 위로와 같은 메시지다.
나 시인은 “책임과 의무의 삶을 사는동안 매일 밤마다 ‘오늘도 내가 죽었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이렇게 죽고 나니까 내가 살았다”며 “죽지 않고 살았으면 직장에서 떨어져 나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나 시인은 살아야 할 삶을 살면서 살고 싶은 삶을 추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퇴임 후 17년은 살고 싶은 삶을 살았다고 했다. 일흔이 넘어서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그는 출간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특히 젊은 층은 나 시인의 작품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서 열광한다. 그는 “독일 작가 괴테는 ‘좋은 시는 어린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고 했다”며 “초등·중학생들이 내 작품을 좋아한다. 시를 쓰면서 내가 꿈꿔왔던 일이 모든 세대를 통합하는 작품을 쓰는 것이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