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에서 ‘세입자 모시기’가 어려워지고 만기 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확산하자 기존 계약을 그대로 갱신하는 ‘전세 갱신계약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집주인의 요구에 맞서 세입자가 2년 더 살겠다고 요구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은 오히려 줄었다. 전·월세가격과 대출금리가 2년 전보다 크게 뛰어 부담이 커진 세입자는 기존 거주지에 더 눌러앉고 싶다는 기대감이 확산한 상황에서 반전세·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해 세입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 집주인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조건 없이 전세계약을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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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1회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해 ‘4년(2+2)’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받도록 한 권리다.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계약을 갱신한 임차인은 다음 계약 때 갱신요구권을 쓸 수 있다. 전·월세 갱신계약 비율도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6월 첫 조사에서 29.7%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50.3%로 최고 비율을 경신했다. 전·월세 계약건수도 18만5481건 중 기존의 계약을 갱신한 계약이 7만3352건에 이르렀다.
김성환 건산연 경제금융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지난 2년간 전·월세 가격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세입자의 이사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데다 금리가 크게 뛰면서 재계약을 원하는 세입자와 집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전·월세 가격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몸값을 낮춰 전세 세입자 모시기에 나선 집주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엘스 등 대표 단지들은 전용면적 84㎡의 전세값이 13억∼14억원인데 최근 2억원 가량 낮춰 11억∼12억원대에서 전세를 계약하고 있다. 다만 지역별로는 전·월세 갱신 비율에 차이를 나타냈다. 강남과 더불어 대표 학군지인 목동을 포함한 양천구는 전세(52.4%)와 월세(32.3%)를 통틀어 갱신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금천구는 전세(37.8%)와 월세(13.1%) 거래 모두 25개 구 중 가장 낮은 갱신 비율을 나타냈다. 이는 금천구가 다른 서울지역 아파트 전·월세가격 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지역 내 가격이 더 싸거나 생활여건이 더 나은 곳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KB리브온에 따르면 금천구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은 4.69%로 서울 전체 6.12%보다 낮았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대출을 끼고 내 집을 마련했지만 금리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매물로 쌓이고 있고 가격 하락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금리인상 상황이나 대내외 여건에 따라 전·월세 시장 가격의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