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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반도체 아직 괜찮지만..AI 투자 축소·中 추격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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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은 기자I 2026.10.14 04: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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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기 빅테크 투자 조정·공급 확대가 변수"
반도체 수출 호황, 수량보다 가격이 견인
中 추격 경계감에 한·미 반도체주 동반 폭락하기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반도체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떠받치는 가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가 흔들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생산이 늘어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거나 미국 대형 기술기업(빅테크)이 AI 투자를 줄이면 수출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의 기술 추격 우려로 한국과 미국의 반도체 주가가 급락하면서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그래픽=김일환 기자)
수출 호황 이끈 가격 급등…공급 늘면 상승세 꺾일 수도

13일 한은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경기 호황이 상당 기간 이어진다는 큰 틀은 유지했지만, 미국 빅테크의 투자 조정과 반도체 기업의 생산 여력 확대를 분명한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한은은 ‘반도체 경기 평가와 리스크 요인 점검’이라는 제목의 참고자료에서 “최근 반도체 경기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전례없는 호조를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확장세를 이어갈것”이라고 했다.

현재 반도체 수출 급증은 물량 증가보다 가격 상승의 영향이 크다. 올해 1~8월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6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은 14.0% 증가한 반면 단가는 140.4% 급등했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구조적으로 커졌는데 공급은 더디게 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해졌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공급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 호황을 이끌어온 가격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 한은도 장기적으로 설비투자(CAPEX) 확대 등으로 공급 능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질 가능성을 하방 리스크로 꼽았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 수출 물량이 늘더라도 수출액 증가세는 크게 둔화할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AI 투자 축소를 핵심 위험요소로 꼽았다. 딜로이트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AI 투자가 2년 내 10%만 감소해도 2027~2030년 누적 반도체 매출 감소액은 1조 5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동부 산둥성 빈저우의 한 공장에서 반도체 웨이퍼가 공정 중인 모습. (사진= AFP)
중국 동부 산둥성 빈저우의 한 공장에서 반도체 웨이퍼가 공정 중인 모습. (사진= AFP)
빚으로 늘린 AI 투자…금리 오르면 반도체 수요도 흔들

특히 한은은 빅테크의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고 판매자금융, 특수목적기구(SPV) 활용 등 자금 조달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AI 투자가 금융여건 변화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봤다.

한은은 9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7월 이후 처음 5%를 넘었고,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도 금리 상승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AI 투자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 비용까지 오르면 빅테크가 투자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7월 재경위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와 비교하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당시엔 반도체 경기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하면서 AI 수익성 우려에 따른 금융시장 조정, 빅테크 실물투자 축소, 에너지 병목을 하방 리스크로 나열했다. 이번에는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 증가와 외부 자금 조달 확대에 따른 투자 부담까지 짚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발표한 10월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AI 투자나 수익성이 예상보다 약하거나 지속되지 못하면 시장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며 한국과 같은 아시아 선진국 증시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기업들의 실적은 양호하지만 투자 확대 과정에서 차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대규모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운영기업(하이퍼스케일러)이 글로벌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1% 미만에서 올해 10%로 높아졌다. AI 기업 간 자금조달과 매출이 얽힌 구조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2023년 이후 공개된 14건의 AI 관련 거래에는 약 3000억달러의 지분투자와 6500억달러의 부채가 연계돼 있고, 향후 매출 약정만 1조 4000억달러에 이른다. 핵심 투자 대상 기업이 어려워지면 투자 가치와 미래 매출이 동시에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반도체 업체의 기술 추격도 새로운 변수로 거론된다. 이창용 전 한은 총채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전문가들조차 불과 1년 전만 해도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 제기되는 ‘반도체 장기 호황설’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중국 반도체의 추격 가능성이 부각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폭락하며 코스피 5% 넘게 떨어진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앞서 간밤 뉴욕증시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역시 3.88% 급락했다.

반도체 호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JP모건과 씨티 등 유수의 투자은행(IB)들은 최소 후년(2028년)까지 반도체 사이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높은 반도체 가격과 대규모 AI 투자가 현재의 호황을 떠받치는 만큼, 두 조건이 달라지면 경기 흐름도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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