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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플레이션, 저소득층엔 재난…식비 부담 고소득층 4.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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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렬 기자I 2026.08.10 05: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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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물가 폭등…밥상 비상
1분위·5분위 식비지출 비슷하지만
소득 대비 체감 부담은 2~4배 차이
먹거리 할인 등 보편적 복지 역부족
"무료급식 같은 맞춤형 정책 필요"

[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농축수산물 가격을 밀어 올리면서 하반기 저소득층의 밥상물가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 같은 가격 상승이라도 식료품 등 필수품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 가구일수록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어서다.

폭염발 물가 상승을 뜻하는 ‘히트플레이션’이 하반기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마트 할인과 같은 보편적인 지원만으로는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소득층과 고령 층 등을 직접 겨냥한 물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극심한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극심한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폭염에 채소값 급등…가축만 90만마리 폐사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폭염으로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폐사 가축은 90만 1602마리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95%인 85만 6220마리가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집중됐다. 안 그래도 오른 달걀값이 하반기에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채소류 가격은 이미 급등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지난 7일 기준 시금치 100g 소매가격은 1978원으로 한 달 전보다 152.3% 폭등했다. 오이(10개)는 54.8%, 애호박(1개)은 46.6% 올랐다.

극한 폭염이 바다까지 달구면서 수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수협노량진수산의 ‘7월 5주 차 주간 수산물 동향’을 보면 갈치(1kg) 평균 경락가격(도매 기준 시세)은 1만 6700원으로 전년 대비 41.5% 뛰었고, 고등어는 2800원으로 47.3% 올랐다. 연어는 1만 8500원으로 19.4% 상승했고, 오징어(9.3%)와 양식 광어(2.3%)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정부는 가축과 어류 폐사 물량이 전체 사육 규모에 비하면 미미해 당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통업계와 시장에서는 고온 장기화로 가금류 폐사가 늘고 젖소의 산유량이 줄어들 경우 하반기 계란부터 우유, 가공식품의 가격이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 과일 수급 역시 사과와 배의 햇볕 데임 피해 등으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같은 식재료 구매해도, 저소득층 부담 2~4배

문제는 폭염발 밥상물가 상승이 저소득층에 미치는 타격이 더 크다는 점이다.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MDIS)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분위(소득 하위 20%)와 5분위(상위 20%)의 생존 필수 식재료 지출액 자체는 비슷했지만, 소득 대비 체감 부담률은 극명하게 갈렸다.

올해 1분기 기준 1분위 월평균 곡물 지출액은 1만 3357원, 5분위는 1만 1615원으로 지출액 자체는 오히려 1분위가 소폭 높았다.

반면 총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곡물 체감 부담률은 1분위가 1.09%로 5분위(0.25%)보다 4.4배 높게 나타났다. 채소와 채소가공품 지출 비중 격차는 2.7배(1분위 2.19%, 5분위 0.80%), 신선수산동물 부담률 격차도 2.5배(1분위 1.23%, 5분위 0.49%)에 달했다. 지난 5개년 내내 1분위의 식재료 부담률이 5분위보다 약 2~4배 높았던 인플레이션 불평등이 올해 들어 더욱 악화한 것이다.

정부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추석 민생대책 등을 통해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던다는 방침이다. 원재료 수급 동향을 점검해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편적 할인 혜택만으로는 물가 체감 엇박자를 해결하기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윤종인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는 ‘가구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논문에서 국가 공식 소비자물가지수가 사실상 중상위 계층의 생계비를 대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식료품과 주거용 에너지가 인플레이션 불평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며, 청장년층과 달리 노년 가구에서만 물가 불평등 현상이 뚜렷하게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물가 대책 패러다임을 맞춤형 복지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제약된 노인 가구는 접근성 문제로 정부의 할인 행사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하위 계층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보조와 더불어, 장기적인 복지 차원에서 노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복지관 무료 급식이나 공공식당을 되살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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