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코로나 후 韓 우선 방문”…‘연내’ 표현 빠져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한중 양국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조기에 성사시키기로 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2일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합의했다. 서 실장과 양 위원은 22일 오전 9시30분부터 4시간 동안 회담을 진행하고 곧이어 오후 1시30분부터 1시간50분간 오찬 협의를 가졌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왼쪽)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회담을 마친 뒤 보도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양측은 시 주석의 방한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지 않고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그간 청와대는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유력하게 언급해왔는데, 이번 협의에서 ‘연내’ 표현이 빠진 것이다. 상황에 따라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중국 측이 “한국이 시 주석이 우선적으로 방문할 나라”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양국 간의 정상회담 의지가 한 단계 더 ‘레벨업’됐다고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이번 양 위원의 방한은 코로나19 이후 중국 고위급 인사의 첫 방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라인 실세인 서 실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복심인 양 위원의 만남은 한·중 정상회담의 예고편 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양 위원의 방한 자체도 2년여 만에 처음이다.‘카운터파트’인 서 실장과 양 위원의 첫 ‘상견례’이기도 하다.

서실장과 양 위원이 회동하면서 한중 관계가 한 단계 더 가까워졌다는 평가다. 양측은 양 위원의 2년 만의 방한이 한중간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면서, 각급에서의 교류와 소통을 확대하기로 했다.

동시에 미중갈등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의 지지를 적극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은 외교적 부담이다. 양 위원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미중관계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양 위원은 최근 미중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측 입장을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측은 미중갈등에 있어서 한국이 중국 편에 서거나 최소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서 실장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 강 대변인은 “(서 실장이) 미중간 공영과 우호 협력 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