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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가]①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역사서, 가야할 길 알려주는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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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선 기자I 2016.07.27 06:30:00

박제가 북학의, 정확한 문제의식과 해결책 담겨
소신있는 공직자의 길 되돌아 보는 계기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명사의 서가’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인터뷰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역사를 정확히 알면 현재를 이해하게 됩니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역사서를 즐겨 읽는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역사학자 카(Edward Hallet Carr)의 말처럼 역사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당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듯, 역사서를 읽으면 우리의 현실을 대입해 보면서 복잡한 현상이나 결과가 왜 나타나게 됐는지, 원인이나 배경을 알게 될 때가 많아요. 그러면 앞으로 방향과 해결책을 얻게 되기도 하죠.”

이 이사장은 이데일리와 가진 명사의 서가 인터뷰에서 수많은 고전과 역사서 가운데 최근 곱씹어 보는 책으로 ‘쉽게 읽는 북학의’를 소개했다. 조선시대 이용후생(利用厚生)학파를 일군 박제가의 ‘북학의’에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 교수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인 책이다.

역사를 알면 현재를 이해 ..‘북학의’ 공직생활 돌아보는 계기

“북학의는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적극 수용해 나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당시에는 파격적인 주장이었죠. 명나라와 교류하다가 청나라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성리학적 이념을 지닌 당시 주류 지배층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사회가 좀 더 부강해지려면 과감하게 청나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앞장서서 외친 일종의 사회개혁론입니다.”

이 이사장은 북학의에 나오는 몇 구절을 직접 소개했다. “주자가 학문을 논하면서 ‘이와같이 해서 병이 된다면, 이와 같이 하지 않으면 약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병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처방약은 손쉽게 찾아질 것이다. 따라서 이 책(북학의)에서는 오늘날의 폐단이 발생한 근원에 대해 특별히 정성을 기울였다.”

북학의 가운데 오늘날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자서(自書)에 나오는 문구다. 백성과 나라를 위해 조선사회 폐단의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 해결책까지 제시하겠다는 선언이다.

“인재가 아주 드문데도 인재를 양성할 방도를 강구하지 않고, 재용(財用)이 날이 갈수록 고갈되는데도 소통시킬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며, 세상이 말세로 가니 백성이 가난하다 다른 핑계를 대니 이것은 국가가 자기를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박제가 선생이 이용후생(利用厚生)을 통해 백성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업의 진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혁신안으로 사대부들이 상업에 종사하게 하고, 그 중에서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고 정조에게 제안한 부분이다. 이 이사장은 현재 우리사회가 처한 현실과 다르지 않아 되새겨볼 대목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인사들은 오늘날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서로 모여서 비난하고 비웃기를 너무 심하게 합니다. 제가 올린 진언은 전부터 저들이 비난하고 비웃는 한두가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또다시 신이 망발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을 제외하곤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중략)신은 황공하고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면서 삼가 죽음을 무릎 쓰고 글을 올립니다.”

1798년 박제가 선생이 정조에게 북학의를 올리면서 쓴 글이다. 이 이사장은 이 글속에서 공직자의 길과 사명을 더듬어 보게 된다고 했다. 특히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박제가 선생의 기개는 부러움을 넘어 자성을 불러온다고 했다.

인식의 지평 넓히는 독서, 진로에도 영향

이 이사장이 고용노동부 관료로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독서의 영향이 크다.

“70년대말 대학시절을 보냈는데, 입학하고 나서 당시 유행하던 ‘러시아혁명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을 책을 통해 접하게 된 느낌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해요. 그때 노동관계에 저명한 김형배 교수님의 강의를 직접 접하면서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죠.” 사회적 이슈나 어떤 현상에 대한 궁금증, 그것을 이해하고 원인을 찾아보려는 독서습관은 그가 현안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진영논리에 빠져 갈등이 심한데 상대가 왜 그런 논리를 갖게 됐는지, 이해하면 접점이나 해결책을 찾기가 쉬월해지죠.”

그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노동현안을 대할 때도 현상이나 갈등의 원인부터 곰곰이 생각한다.

예컨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시간제 일자리’ 확산을 위해 먼저 고민할 문제를 그는 ‘문화와 시스템’이라고 판단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잘 활용하면 좋은데, 몇몇 업무를 제외하면 중간에 다른 사람이 대체해서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어요. 일단 기존 정직원들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잘 활용해야 이 제도가 확산될 수 있죠. 공단에서는 육아휴직하고 돌아오는 직원부터 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고, 적응할 수 있도록 했죠. 시스템을 조금씩 개선하고 장점을 알게 되면서 확산 속도가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공단에서는 해마다 시간제 일자리를 활용하는 직원이 2~3배씩 늘고 있다. 조만간 시간제 일자리로 신규인력을 뽑는 것도 안정화 될 것으로 이 이사장은 보고 있다.

현상의 뒷배경 이해 ‘소통의 지름길’..상대 눈높이에서 대화

이 이사장은 “2013년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직원들이 ‘사인여천(事人如天:사람을 하늘처럼 섬기라)’이란 문구를 표구해서 선물했는데, 공단의 서비스를 받는 근로자나 직원 모두 귀하고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으로 알고 실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위해서는 “나는 넓게 알지만, 직원들은 깊게 안다고 생각하고 전문성을 살려주면서 방향을 잡기 위해 함께 노력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고용노동부 시절부터 온화한 성품과 꼼꼼한 일처리 뿐 아니라 “공은 후배덕, 과는 내탓”이라며 후배들을 챙겨 롤 모델로 삼고 따르는 이가 많다.

그는 올해 공단의 역점 사업으로 산재보험의 사회안전망 기능 강화를 첫 선에 꼽았다. “근로자가 출퇴근 때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는 법안이 지난 국회에서 다른 노동개혁 법안과 연계되어 처리되지 못한데 아쉬움이 크다”면서 “일하는 사람들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시행돼야 하는 법안인데 조만간 시행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소득·임금체불 근로자나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공단 직영병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의료장비나 의료인력, 의료서비스를 보강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현안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명사의 서가’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인터뷰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58) =고용노동부에서만 30년을 몸담은 정통 관료 출신이다. 1984년 사무관으로 시작해 고용부의 양대산맥인 고용과 노동 두 부문에서 모두 실장을 거쳤고, 차관까지 역임했다. 고용보험제도 도입부터 일자리나누기 사업, 타임오프 한도설정 등 굵직한 현안 가운데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거의 없다. <약력>△서울 출생 △서울 인창고, 고려대 행정학과 △서울대 행정대 행정학 석사 △미시간주립대 노사관계 석사 △행정고시 26회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국제협력관, 노동시장정책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 △고용노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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