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 8월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처음으로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을 구체화했다. 레벨4(고도의 자동화)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플랫폼(차량)을 개발해 소프트웨어 기술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 골자였다. 이어 지난달 현대차는 구글 자회사인 웨이모(Waymo)와 손잡고 자율주행 택시를 위탁 생산키로 했다. ‘웨이모의 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 5’라는 첫 ‘자동차 파운드리’ 사례가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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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이 같은 신사업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로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를 꼽았다.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일제히 고도화를 통해 수익화까지 넘보는 시점에 도달할 만큼 시장이 커졌고, 이에 따라 관련 시장이 점차 세분화하자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는 분석이다.
◇ ‘돈 버는’ 자율주행 시대…로보택시 경쟁 치열
현재 자율주행 시장은 빅테크 기업과 첨단 기술을 갖춘 완성차 기업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로보택시(Robotaxi·무인 택시) 시장 성장세를 통해 점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의 2022~2031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80.8%에 달한다.
미국과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미래차 패권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중국 IT 기업 바이두는 당장 내년부터 로보택시 사업이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현지에서 레벨3(조건부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시작했고, 자율주행에 필요한 통합 부품 시스템을 현지 자동차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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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모는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유료 로보택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가격을 낮추면서도 성능은 높인 6세대 자율주행 시스템을 발표했고, 이를 아이오닉 5에 탑재할 예정이다.
◇ “미래 먹거리 위해…협력 통해 자율주행 역량 고도화”
웨이모는 미·중 전기차 패권 경쟁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이전 세대 자율주행 차량을 중국 전기차 기업 지커에서 공급받아 왔으나 미국 정부의 고율 관세 등 중국산 전기차 견제로 인해 새로운 협력 파트너로 현대차를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의 제조 혁신과 선도적 자율주행 기술은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핵심으로 꼽힌다. 정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앞서 싱가포르에서 셀(Cell) 방식 제조 기술을 통해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 기술을 적용해 미국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 로보택시를 공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짚었다. 그는 자율주행 기술력의 경우 “현대차는 주요 자동차 기업 중 자율주행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면서도 “지난해 발표한 레벨3 상용화 계획이 아쉽게 지연됐고 경쟁 업체 대비 레벨4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은 향후 진화의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고 했다.
따라서 정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 발표 및 웨이모와의 협력은 기존 연구개발과 맞물려 현대차그룹의 전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을 향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자율주행차에 특화한 플랫폼 안정화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될 전망”이라며 “자율주행 센서 시스템·프로세서·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플랫폼을 안정화하고 부품 기업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향후 시장 선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맞춤형 차’라는 신사업 역시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대차는 모셔널을 통한 로보택시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2026년까지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2031년부터는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기아가 내년 출시할 첫 번째 목적기반차량(PBV) 역시 고객 맞춤형 제조가 가능해 로보택시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자율주행으로 가는 그룹 차원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 로보택시로도 PBV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