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로 일가족을 잃은 반려견 ‘푸딩’(2살 추정)이 임시 보호자 품에서 명절을 맞이했다. 입양자 선정 과정도 최종 단계만을 남기고 있는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푸딩과 임시 보호자, 구조 작업에 참여한 동물권단체 ‘케어’ 활동가를 만났다. 이들을 통해 푸딩의 구조 당시 상황부터 근황까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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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은 지난달 29일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일가족 9명을 잃은 반려견이다. 가족을 기다리며 마을을 떠돌고 있는 모습을 언론 보도로 접한 케어 활동가들이 같은 달 31일부터 구조 작업을 시작했고 유족 등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임시로 보호하고 있다.
“케어 사옥에서 회의하던 중 활동가들이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에 ‘가족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반려견이 마을을 떠돌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몇 건 공유됐어요. 참사 이후 가족분들이 돌아가시고 반려견은 홀로 남겨졌다는 소식에 활동가 4명이 곧장 짐을 싸서 전남 영광군으로 향했죠. 정말로 반려견을 돌볼 사람이 없는 건지 찾아봐야겠다 싶어서 구조 결정을 내린 거예요.”
영광군에 도착한 케어 활동가들이 마주한 것은 마을 인근에서 뛰어놀던 반려견들의 모습이었다. 그곳에 푸딩은 없었지만 한 반려견을 따라가던 중 우연히 경로당 계단에 앉아 있는 개를 발견했다. 왼쪽 눈 주위로 까만 털이 난 푸딩이었다. 한 활동가가 “어머 저 아이다”라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푸딩이 달려왔다. 반가워하는 기색도 잠시, 가족이 아닌 것을 확인한 푸딩은 다시 경로당 인근으로 돌아갔다.
“푸딩에게 익숙한 공간이 경로당이라는 생각에 안에서 구조 작업을 마무리했어요. 당시 구조 상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로 송출하고 있었는데 방송을 보시던 분께서 유족께 연락해주셨고 최종적으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어요. 굉장히 조심스러웠지만 반려견을 제대로 기를 수 있는 분이 계신지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케어가 임시보호 후 입양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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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푸딩은 양지혜 케어 활동가가 임시로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육하는 반려견을 모두 임시 보호 후 입양했다던 그는 정을 떼는 게 힘들다면서도 푸딩의 사연을 마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평소 케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참에 푸딩의 구조 소식을 듣게 됐어요. 임시보호처가 곧장 마련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고 마침 여건이 돼서 임보(임시보호)를 결정했죠. 평소 같으면 아이를 보낼 때 너무 마음이 아파 입양처가 정해진 친구들이 아니라면 임보는 더 고민하는데요. 푸딩이 사례는 원체 사회적 관심을 받아서 입양처가 조만간 나타날 것 같다는 생각에 ‘제가 임보하겠다’고 먼저 연락을 드렸죠.”
아가일 체크무늬 옷에 날개 달린 하네스를 착용한 푸딩은 카페에 들어와 양 활동가와 기자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푸딩은 의자 위에 앉아 종종 양 활동가를 올려보거나 냄새를 맡는 등 주변을 관찰했다. 차분히 자리를 지키던 그는 인터뷰 도중 자신의 이름이 나올 때면 소리 나는 곳을 향해 시선을 옮기기도 했다.
“워낙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인 푸딩이지만 요즘은 주변 환경에 잘 적응한 것 같아요. 병원에서는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기도 했고요. 이제는 사료도 잘 먹습니다. 반려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보호자에게 갔으면 하는 바람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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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이 새 반려인을 만나기까지는 최종 심사 한 단계만을 앞두고 있다. 입양 후보자가 총 3명으로 선정된 가운데 케어 측에서 실사 과정을 거쳐 푸딩에게 가장 적합한 반려인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푸딩의 사연이 알려지고 난 뒤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 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수많은 분께서 입양을 문의하셨어요. 시간차를 두고 입양 공고를 올리니 60여분이 지원하셨더라고요. 외국에서도 연락을 주셨는데 서류상으로 푸딩이 사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춘 분들을 추리다 보니 총 3분으로 좁혀졌습니다. 향후 가정 방문까지 마친 뒤에는 최종적으로 한 분을 선정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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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박 활동가는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가구 수가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해 재난 및 참사와 같은 특수 사례까지 동물인수제 적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인수제 시행을 통해 지자체 관할로 반려동물이 들어오는 만큼 지자체 보호소 또한 제대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