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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겐 한없이 가혹한 특허 전쟁터에서 칼을 뽑아든 여성들이 있다. 지난 20일 킨텍스에서 막 오른 ‘2024 여성발명왕엑스포’에는 특허 출원·등록에 성공한 여성 발명가 80명이 한곳에 모였다.
특허청 주최, 여성발명협회 주관으로 22일까지 이어지는 행사에는 생활용품부터 IT(정보기술)까지 전 산업을 아우르는 80개 기업의 발명품이 전시됐다. 박람회와 함께 동시 개최된 ‘세계여성발명대회’에는 전 세계 20개 국가에서 발명품 400여 점을 출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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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발명왕엑스포’는 여성 발명가 저변 확대와 함께 판로 개척이라는 목표를 갖고 출범한 행사다. 발명 분야는 산업적으로 범위와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워 ‘타깃 마케팅’이 쉽지 않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처음 여성발명왕엑스포를 열 때 구조적으로 행사 모객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던 이유다.
조직위는 ‘B2B’(기업 간 거래)에서 해법을 찾았다. 불특정 다수 대상의 마케팅 비중을 줄이는 대신 ‘비즈니스 커넥팅’에 화력을 집중했다. 이번 박람회 기간 중 25개 해외 바이어 기업이 참여해 60건에 이르는 온라인 비즈니스 상담을 성사시킨 배경이다. 수출 경험이 부족한 초기 창업자를 위해 운영한 수출상담 부스도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일 베트남 바이어와 화상 상담을 진행한 홍태경 푸스케어 대표는 “해외 바이어와의 상담이 처음이라 긴장됐지만, 통역사의 도움 덕분에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며 “바이어가 큰 관심을 보여 단 한 번의 미팅으로 발주에 필요한 모든 논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내수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자리도 마련됐다. 박람회장에는 이마트, 지마켓, 현대홈쇼핑 등 50여 개 국내 유통사 MD를 위한 ‘MD라운지’가 별도로 마련됐다. 걸음 수만큼 현금 포인트를 지급하는 만보기 앱 ‘캐시워크’ 이커머스 사업담당 정유빈 MD는 “이전에도 박람회에 여러 번 참여했지만, 대부분 기존 시판 상품과 큰 차이가 없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하지만 이번엔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실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상품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미팅을 진행한 5곳 업체 중 2곳과 계약을 체결했다”며 “나머지 3곳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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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현장에선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도 동시에 진행됐다.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대회는 전 세계 20개 국가에서 발명품 400여 점이 출품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회에 참여한 유아용품 제조회사 헬로우샤인의 신에스더 대표는 “세계여성발명품대회는 특허청이 주최해 가장 공신력을 인정받는 대회”라며 “지난해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후 제품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가 올라가면서 매출이 급증하는 ‘후광효과’를 제대로 누렸다”다고 말했다.
행사는 여성 발명가들의 협업을 늘리는 교류와 연대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능성 손가락 의수를 발명한 최혜란 반조 대표는 “아직 창업 초기라 사업 정보가 많이 필요한데, 다른 기업 대표들이 직접 부스로 찾아와 사업에 필요한 조언을 해줘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한 뒤 “중국발명협회로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행사에 초대도 받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은 도어락 특허 기업 이현진 애니락 영업이사는 “우리 제품 주 타겟은 30대 엄마들인데, 동일 타겟을 가진 기업들로부터 다수의 협업 요청을 받았다”며 “현재 전 세계 수출을 준비 중이라 같은 목표를 가진 기업들과 협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람회를 주관한 한국여성발명협회 김순선 회장은 “여성은 실생활 속 불편한 부분을 캐치해 발명품으로 구현하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남성에 비해 사업 확장의 기회는 매우 적은 편”이라며 “이번 박람회가 이제 사업화의 첫 발을 뗀 여성 발명가들이 사업 활로를 개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특허 분야에 아직 남아있는 젠더 불평등 문제 해소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