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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면옥 ‘홀로 보존’ 원치 않아
서울시는 4일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1월 세운지구 정비사업 재검토 발표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이번 대책은 상인과 토지주, 사업 시행자간 80여차례의 논의,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나왔다.
이 대책은 크게 3가지 방안을 담고 있다. 장기간 사업추진이 지연된 정비구역은 일몰제에 따라 해제하고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한다. 대신 세운상가 내 기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산업거점 8개소 신설하고 산업활성화를 꾀한다. 아울러 이미 정비사업을 진행 중인 구역은 세입자 이주대책을 마련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을지면옥 철거다. 당초 을지면옥 등이 포함된 세운3-2구역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이후 보상협의를 진행했다. 그러던 중에 ‘노포 보존’ 논란이 불거졌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월 “소중한 생활유산은 보존을 원칙으로 지켜 나가겠다”며 일대 정비사업을 전면 중단시켰지만, 이번에 정반대의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그간 건물 보존 등의 방안도 제시했는데 을지면옥 측에서 원형보전을 반대하고 신축건물 입점을 원하고 있어 이를 수렴하기로 했다”며 “다만 철거할 경우 기존 을지면옥 터를 알릴 수 있는 조형물을 세우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을지면옥 뿐 아니라 안성집, 을지다방, 양미옥 등 인근 유명 노포들도 원점으로 돌아가 사실상 철거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가게의 건물주들이 철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조선옥은 해당 가게가 속한 3-8구역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예정인 ‘일몰제 구역’이어서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한 만큼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업시행자는 “결국 노포 보존 논란 때문에 1년 동안 막대한 금융비용만 증가하고 분양이 늦어짐에 따른 기회비용 등의 손실을 입었지만 우리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주는가”라고 하소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사업에서 시간은 비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사실상 재개발 사업이 제자리로 돌아간만큼 시간만 끌어 비용만 허비하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시는 이미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구역은 세입자 이주 공간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관리처분을 앞둔 세운3구역(3-6,7구역)은 세입자에게 사업시행자가 확보한 임시 영업장을 제공한다. 이후 2021년에 세운5-2구역에 서울시와 LH가 공동 조성하는 지식산업센터(약 100호)에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직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인 나머지 구역들도 정비사업 기간 중 세입자가 입주할 임시영업장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구역별 산업특성을 고려한 세입자 대책을 수립·이행토록 했다. 이와 함께 세운지구 내 공공산업거점 8개소를 신설하고 임대료가 저렴한 ‘공공임대상가’ 700호 이상을 확보해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를 최대한 수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책정하고 입주권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비구역 대거 해제…‘도시재생활성화’ 추진
일몰시기가 지난 정비구역은 해제 후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활성화한다. 건축규제 완화 및 건축협정 등의 방식으로 개별 건축행위를 유도해 시설개선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세운지구는 크게 8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이 구역은 더 세밀하게 쪼개 총 171개 중·소규모로 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중 152곳이 사업시행인가 신청 없이 5년이 지나 일몰시점이 경과 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일몰 구역은 세운2구역 35곳, 세운3구역 2곳, 세운5구역 9곳, 세운 6-1·2·3·4구역 106곳”이라며 “향후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해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번 종합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담아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연내 수립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자는 이번 대책을 포함해 세입자 이주 대책을 수립하면 언제든 사업 재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