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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에겐 탐날 무대...광활한 공간 채울 '동시대'는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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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DB 기자I 2015.09.09 07:57:05
창작자들에겐 탐날 무대...광활한 공간 채울 '동시대'는 궁금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광주문화수도육성'의 핵심사업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시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05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인 올 9월 부분 개방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전남도청 본관을 중심으로 약 4만 8천 평 부지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재미교포 건축가 유승규의 설계로 지하 4층, 지상 2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등 5개의 시설이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일반인에게 개방된 아시아예술극장은 아시아 지역 동시대 예술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작품 제작, 초청, 레지던시 등의 활동을 통해 작품 개발 및 유통의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약 3주간 지속될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에서는 그동안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 극장의 규모와 구성을 만나보고 페스티벌 참가작을 통해 아시아예술극장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속도에 전복 당한 속세를 등지고 고요히 걷는 길 <당나라 승려>

9월 4일과 5일 찾은 광주 아시아예술극장에서의 느낌은 거대하고 새로웠다. 극장 내외의 거대한 공간은 분명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쉽게 그려볼 수 없는 그림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틀간 접한 아시아예술극장 개관 페스티벌 참가작 중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작품은 <당나라 승려>와 <열병의 방>, <봄의 제전>이었다.

개관작인 타이베이 연출가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는 빠른 시간 속에 자아를 잃고 갈 곳을 헤매는 현대인들에 대한 조용한 경고와 반추를 담은 수작이었다.

좌석의 배치가 자유로운 가변형 극장 두 곳 중 1120석 규모의 극장1(극장2는 518석)에서 펼쳐진 이 작품은, 불교 연구에 매진했으며 이후 불교 경전을 가져오기 위해 인도로 떠났던 당나라 승려 현장의 행보를 따라간다.

거대한 크기의 흰 종이 위해 약 1시간 여간 자는 듯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현장, 그 사이 목탄 드로잉 아티스트가 고요히 나타나 목탄으로 거미를 그리고 또 지우고 전체를 새까맣게 흑칠을 한 후 또 다시 꽃과 나무 등을 그린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오고 가며 한동안 계속되던 현장의 어지러운 고민과 방황을 나타낸 그림들, 그 그림이 그려진 종이는 현장이 잠에서 깨 잠시 퇴장한 사이 켜켜이 접어져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한 사각 무대로 변신한다.

이윽고 등장한 현장은 그 위에서 밥을 먹고 사방을 둘러보며 다시 먼 길을 떠나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흰 종이 위에는 목탄으로 그린 수많은 길들이 생기고 교차해 나간다.


<당나라 승려>
무엇이든 '빠름'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이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기 위해서는 고도의 인내심이 필요할 만큼, 현장이 옮기는 발걸음 하나, 시 공간을 두루 응시하는 눈빛들, 삼라만상을 무심한 듯 스쳐 감는 손짓 등이 모두 대단히 느리고 고요하다.

개폐 가능한 유리 문으로 되어 있는 극장의 한쪽 면은 소음과 빛 등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이날은 열린 문 밖 어둡고 고요한 밤 기운 속에 더욱 확장된 무대 공간으로 끊임없이 길을 걸어 나가는 승려의 모습은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발하고 있었다. 변형 가능한 공간, 게다가 실내 광장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는 극장의 특징은 프로시니엄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그림을 펼쳐보고 싶은 연출가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갈 듯하다.

3차원 공간을 빨아들이는 동굴의 힘 <열병의 방>
소 75마리 뼈로 만든 6톤 골회의 환상 의식 <봄의 제전>

태국 출신의 영화감독 아핏찻퐁 위라세타쿤은 "연극이라는 장르가 낯설다."는 고백과 함께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화감독으로 더욱 유명한 그에게 객석에서 바라보는 무대는 흥미로운 공간이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무대 위에 객석을 마련해 두고 커다란 스크린 두 개를 공중에 띄어 영상이 결합된 작품을 탄생시켰다. 조명과 스모그가 중심이 된 특수 효과를 통해 극이 진행되는 공간을 동굴로 치환, 관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하게 하는 후반부가 더욱 강렬하다.


<열병의 방>과 <봄의 제전> (왼쪽부터)
이탈리아 출신으로 아방가르드 연극의 리더로 손꼽히기도 한 로미오 카스텔루치의 <봄의 제전>은 생소한 기계나 로봇의 사용을 통해 독창적인 시각 표현들을 만들어내는 그의 특징을 여과 없이 대면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소 75마리의 뼈를 분쇄해 로봇을 통해 부어지고, 흩뿌려지고 쌓이고 또 그것을 치우는 과정은 인간 문명의 잔혹함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뼛가루 속에 담긴 영혼의 묘한 생명력을 발산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작품 대다수는 별도의 부연 설명 없이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정해진 의미를 파악하는 것만이 예술 감상 활동이나 그 목적이 아니라는 이들의 항변이 있다면, 그렇다면 이 낯선 쓰임과 표현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문화'라는 범인류적인 이름을 달고 광활한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이곳에서 '동시대성'을 말하는 지금의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무엇보다 아시아예술극장에 쏠린 많은 우려의 목소리에는 극장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딴지'가 아니라, 그 작업을 운용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펼쳐놓은 거대한 '장', 그 활용 효율성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경고가 중심에 있다. 물론 아핏찻퐁은 "태국에는 이런 시설도, 지원도 없어 이곳에서의 활동이 무척 좋고 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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