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중구의 명동역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관광객 안드레아(38)씨는 검은색 승합차에서 내린 후에 이렇게 말했다. 안드레아씨는 “가족들과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뒤 밖으로 나오니 누군가 택시라고 하기에 탔다”며 “인당 만원씩, 총 4만원을 현금으로 걷어 갔다”고 전했다.
정부가 이달 11일까지 외국인 관광객 환영주간 행사를 진행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는 이렇게 외국인 대상으로 일반 승합차를 이용해 ‘미등록 불법택시’를 영업하는 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는 명확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법) 위반이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현금 수수 장면을 적발하지 않으면 단속이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운송 영업이 외국인 관광객 불편뿐만 아니라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자체의 적극 단속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인당 1만원’ 불법택시 성행하는 도심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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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 측은 해당 행위를 택시 영업이 아닌 ‘무료 봉사’라고 항변했다. 남산 케이블카 주차장에서 만난 업자 A씨는 “(외국인들이) 시내 간다기에 가는 길에 태워다 주는 것”이라며 “돈은 한 푼도 안 받는 무료 봉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체 관광객이 나타나자 영어로 “택시?”, “온리 캐시(현금만 가능)” 등으로 말을 걸며 영업하는 모습을 비롯해 뒤이어 승객을 태우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허가로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은 여객법에 명백히 어긋나는 행위다. 여객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분받는다. 하지만 사설택시 업자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불법 영업을 하고 있었다. 3년째 남산 케이블카장에서 근무 중인 주차 요원 표모(39)씨는 “비가 많이 내릴 때 빼고는 불법택시가 수년째 영업하는 모습을 매일 보고 있다”며 “오늘도 낮부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하며 영업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어 30분마다 명동역과 서울역을 오간다. 그러나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조차 운행 사실을 잘 몰라 이용 빈도가 낮았다. 그마저도 오후 8시 30분까지만 운행돼 이후에 방문하는 관광객은 호객행위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었다. 주차 요원 표씨는 “케이블카는 보통 야경을 보러 밤에 오는 관광객이 더 많지만 그때쯤 무료 셔틀버스는 운행이 끝난다”면서 “낮에도 업자들이 무료 셔틀버스 앞을 가로막고 손님을 끌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용객이 적다”고 설명했다.
◇“증거 없어 단속 어렵다”는 기관…전문가 “적극 단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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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의 택시 불편사항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3월 발표한 ‘관광불편신고 종합분석서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불편 사항 설문에서 ‘택시’ 관련 항목이 바가지 쇼핑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엔 3위에 머물렀던 택시 불편사항이 점점 더 증가한 결과다.
무엇보다 미등록 택시는 공인 택시와는 달리 업자의 신원이 불투명해 2차 범죄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해 12월에는 미등록 택시행위인 일명 ‘콜뛰기’ 일당 19명이 경기도에서 대거 검거됐다. 일당에는 전과 16범 등 강력범죄 전과자도 포함돼 있었다. 올해 6월에도 충남 서산시에서 자가용이나 렌터카 등을 이용해 불법택시 영업을 해 온 전과자 일당 20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전문가들은 ‘적극 단속’만이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는 “바가지 쇼핑은 ‘미스터리 쇼퍼(위장 고객)’를 투입해 증거를 확보한다”며 “불법택시도 주한 외국인을 통해 잠행 단속을 하는 등 다양한 방안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서아람 변호사(법무법인 SC)는 “손님의 진술 등 간접 증거로도 처벌은 얼마든 가능하다”며 “2차 범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찰의 불시검문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케이블카장 인근 불법택시는 경찰에서도 인지를 못한 사항”이라며 “앞으로 사복 경찰 등을 투입해 적극 단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