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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논란 재현]영재학교·과학고는 일반고 전환서 제외…“불공평” 불만

신하영 기자I 2021.02.19 07:07:20

이공계 인재 양성 취지 살려 고교서열화 개선방안서 제외
일반고 전환 대상인 자사고 등은 불만 "중학교 교육 왜곡"
장학금 환수, 교사 추천서 금지...학교별 대책도 실효 논란

[이데일리 신하영 오희나 기자] 오는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고교 서열화 정점에 놓인 영재학교·과학고는 왜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느냐는 게 불만의 골자다.

2019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문화홀에서 초, 중등 학부모 대상으로 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 의치한수의예, 약대 진학을 위한 ‘종로학원하늘교육 고교 및 대입 특별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영재학교는 8곳, 과학고는 20곳으로 모두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국민 세금으로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서울대 의대 재학생이 경기과학고를 졸업한 뒤 의대 합격 비결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이 학생이 졸업한 학교(경기과학고)는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설립된 과학영재학교다. 방송 후 이공계 인재 양성이란 영재학교 설립 취지에 어긋난 사례라며 시청자 비판이 이어지자 제작진이 공개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영재학교에 지원되는 교육비는 학생 1인당 연간 약 500만원 수준으로 일반고(약 158만원)의 3배 수준이다.

논란의 핵심은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해 세금을 지원하는 영재학교·과학고 졸업자가 의대에 진학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것.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영재학교·과학고 입학전형 개선방안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영재학교의 의약학계열 진학 비율은 6.8%, 과학고는 1.5%다. 특히 영재학교의 경우 2017년 8.4%에서 조금씩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7%에 가까운 졸업생이 의약학계열로 진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2025년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영재학교·과학고를 제외했다. 졸업생 중 90% 이상은 이공계로 진학한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외고·국제고의 어학계열 진학율은 2019년 기준 외고가 40%, 국제고가 19.2%에 그쳤다.

영재학교·과학고는 일반고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매년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21학년도 영재학교 8곳의 경쟁률은 13.7대 1, 과학고 20곳은 3.17대 1을 기록했다. 반면 일반고 전환 대상인 외고 30곳의 경쟁률은 1.04대 1로 간신이 미달을 면했으며, 지역단위 자사고 28곳은 0.95대 1로 미달 수준을 보였다. 더욱이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일반고와 모집경쟁을 벌어야 하는 반면 영재학고·과학고는 전기 모집으로 우수 학생을 선점할 수 있다.

당장 일반고 전환 대상인 자사고 등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서울의 한 자사고 관계자는 “영재학교 과학고야 말로 중학교 교육과정 왜곡의 주범”이라며 “특히 고교 블라인드 평가가 시행 중인 대입에서도 영재학교·과학고 출신은 교육과정이 달라 확연히 구분되기에 합격에 유리할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일각에선 영재학교·과학고 졸업 후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점도 여전히 문제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학교별로 의학계열 진학을 막기 위해 장학금 환수, 교사 추천서 미발급 등의 제재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예컨대 영재학교인 서울과학고는 2020년도 신입생부터 의학계열에 지원하면 3년간 지원받은 교육비 1500만원을 환수토록 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의대 선호도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장학금 환수를 감수하고서라도 의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많다는 것. 무소속 김병욱 의원의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전국 4개 의대에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신입생의 52.4%가 소득 상위 9~10구간으로 분류됐다.

김형식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으로 길러진 영재가 영재학교·과학고를 의대 진학의 통로로 이용하는 관행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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