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차남인 해리왕자는 조국인 영국을 떠나 캐나다에서 수개월 지내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 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한 후 2020년 초 왕실로부터 독립해 영국을 떠나면서입니다. 당시 그는 왕실 업무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발표한 직후 자선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국은 저의 고향이자 제가 사랑하는 곳입니다. 이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그런 해리왕자의 주 거주지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변경된 것이 이번에 공식화된 문서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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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매체 데일리메일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해리왕자가 2019년 설립한 지속가능한 여행 단체 ‘트라벌리스트(Travalyst)’가 영국 산업부 산하 기업 정보를 등재하는 ‘컴퍼니 하우스’에 관련 변경 내용을 공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 조직 내 주요 지배권자의 상세정보 변경을 공지한 이 문건을 살펴보니 2023년 6월 29일 자로 해리왕자의 주 거주지가 ‘미국(UNITED STATES)’으로 수정됐습니다. 이에 앞선 문건에선 2020년 4월 3일까지만 해도 해리왕자의 주 거주지는 ‘영국(UNITED KINGDOM)’이었는데 말이죠. 해리왕자는 미국 시민권은 취득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번 국적 변경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해리왕자를 미국에서 추방할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됩니다.
미국 이민 당국은 비자 발급 신청자들에게 불법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선언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러나 해리왕자는 지난해 1월 논란이 된 회고록 ‘스페어’를 통해 17세부터 코카인, 마리화나, 마법 버섯 등을 해온 사실을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는 과거의 마약 복용 이력도 비자 거부 사유가 될 수 있기에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해리왕자가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마약 복용 사실을 제대로 고지했는지를 묻는 정보공개 소송을 청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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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해리왕자의 주 거주지가 영국에서 미국으로 변경된 것은 단순 서류상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찰스 3세와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비의 암투병 소식이 전해지며 영국 왕실은 최대 위기를 맞았는데요.
영국에서는 국왕이 질병이나 외국행으로 일시적으로 국가원수로서 공식 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해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국가고문’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가고문이 될 수 있는 왕족은 커밀라 왕비, 국왕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등입니다.
해리왕자가 주 거주지를 미국으로 공식 변경하면서 국가고문으로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데일리메일은 지적했습니다. 관련법에 따라 국가고문은 영국에 거주지가 있어야 하지만, 해리왕자는 작년 찰스 3세로부터 고(故) 엘리자베스 여왕에 선물받은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비우라고 통보를 받은 뒤부터 영국에 집이 없는 상태입니다.
영국 헌법 전문가인 크레이그 프레스콧 박사는 “왕의 차남이 왕실 의무에서 벗어난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법이 생각하지 못한 일이며, 버킹엄궁도 이를 우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리왕자의 상황은 법이 쉽게 허용하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