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소비자 피해는 일제강점기부터 전해진다. 당시 신문이 전하는 이들의 수법은 ‘표면상 대금의 분할 수취 또는 동일한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주권, 사채, 유가증권을 급부(지급)’하는 식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하면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하면서 원리금을 보장’한 것쯤 된다. 불완전 판매다.
어느 분야든 경쟁이 심하고, 상품이 복잡할수록 불완전 판매 유혹이 커진다. 1980년 중후반 보험업계는 위기를 맞는다. 외국 보험사의 국내 진출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이전까지는 국내 업체끼리 서로 물고 물리는 경쟁이었다. 완벽 판매만으로는 상대를 앞설 수 없었다. 당시 보험업계는 강제모집, 가공계약이 판쳤다. 그러니 실적은 고객 불신을 깔고 쌓아올린 모래성이었다. 오죽하면 ‘1986년 생명보험업계는 97조9588억원의 신(新) 계약고를 올렸지만, 79.3%는 계약이 실효되거나 해약’(매일경제)될 정도였다.
고객의 무지(혹은 무관심)는 불완전 판매를 부추긴다. 그러나 아무리 현명한 구매자라도 항상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상품이 복잡하고 새로울수록 더 그렇다. 고객이 오판을 최대한 줄이도록 돕는 게 상인의 역할이다. 이런 무지를 역용하는 판매자의 태도는 상도덕에 어긋난다. 2011년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 2013년 동양증권 기업어음(CP) 판매는 대표적인 불완전 판매 사례다. 당시 금융사는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이 안전하고, 동양그룹 계열사가 안 망한다고 했다. 나중에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법원 판결을 거쳐 드러났다. 고객이 속았다는 것이. 그러나 이미 현실이 된 피해는 되돌리기 어려웠다.
당시 금융의 탐욕을 반성하고, 피해 재발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뒤따랐다. 그래서 나온 게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금융상품 판매를 더 깐깐하게 규제하고, 불완전 판매가 발생하면 판매사에 배상 책임을 지우는 내용이 골자다. 2012년 정부가 발의했는데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17년 같은 내용으로 다시 발의된 법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마찬가지로 2013년과 2017년 의원 입법으로 발의한 금융상품 판매 및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각각 폐지되고 심사 중이다. 최근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제기된 파생결합증권(DLS)와 파생결합펀드(DLF)의 고객은 아쉬울지 모른다. 이를 두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 나가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다면 이번 사태를 대처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선은 똑똑한 소비자가 되는 길이다. 그러나 앞서 사례처럼 금융사 불완전 판매 앞에서 소비자는 늘 완전할 수 없다. 그렇다면은 키코(KIKO) 사태 피해자들이 이번에 DLS를 판매한 우리은행을 사기 혐의로 검찰 고발할 일도 없었을 테다. 앞서 일제강점기의 언론 지적은 지금 새겨도 따갑다. ‘적어도 법치사회인 조선에서 이런 부정배의 존재가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은 당국의 무능을 의미하는 것밖에 안된다. 부정배에게 농락되는 민중을 보호할 성의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