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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열섬현상까지'…도심이 더 더운 이유 녹지 부족탓

한정선 기자I 2016.08.23 06:30:00

가로수 반경 25m 2도·옥상정원 건물내 온도 4도 낮춰
서울시 띠녹지 전체 구간의 17.5%·옥상녹화는 0.5% 그쳐
"녹지 대부분 시 외곽에 위치해 열섬현상 차단 제한적"

서울 여의도의 한 대로 위로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올해 유례없는 길고 뜨거운 폭염에 서울 도심은 연일 낮 최고기온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도심은 외곽지역보다 기온이 올라가는 ‘열섬 현상’으로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했다. 전문가들은 도심의 열섬 현상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 도심 녹지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자치구 등의 요청이 있을 때만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녹지를 조성하고 있어 녹지 확대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녹지조성 여력 있어도 방치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의 ‘가로녹지 조성 및 관리를 위한 가로환경 영향요인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서울시 가로노선 중 시 관리도로 93개 노선(629.2km)의 띠녹지 조성 구간은 17.5%에 불과하다.

띠녹지는 가로변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 공간에 나무나 꽃을 심어 녹지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좁은 공간에도 녹지를 조성할 수 있어 최적의 도심 녹지조성 수단으로 꼽힌다. 일본의 경우 평균 보도 폭이 5.7m로 6m인 서울시보다 좁은데도 불구, 대부분 띠녹지가 조성돼 있다. 띠녹지가 조성된 구간의 평균 길이도 일본평균(4.7m)보다 좁은 1.4m다.

또다른 녹지조성 방식인 옥상정원(옥상녹화)은 녹지조성이 가능한 면적의 약 0.5%만 녹지화했다. 옥상녹화가 가능한 건물의 비율은 약 55k㎡다. 이중 서울시에서 지원해 옥상정원을 조성한 비율은 0.29k㎡에 불과하다.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면 콘크리트 건물로 내리꽂히는 태양열을 흡수해 건물 안의 온도를 약 4도 낮춰준다.

가로수가 2열 식재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사진=서울시]
가로수는 반경 25m이내 온도를 주변보다 약 2도 정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태양의 일사열을 축적했다가 그대로 뿜어내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와 달리 가로수는 열을 흡수해 도심 기온을 낮춘다.

현재 서울시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교목 기준에 따르면 가로수 식재간격 기준은 6~8m다. 다만 주변 여건을 고려해 식재간격 조정이 가능하다. 도로 한 쪽을 기준으로 1열 심기를 하되 보도 폭이 6m 이상일 경우에는 2열 식재도 가능하다.

문제는 가로수 식재 기준이 큰 방향만 제시할 뿐 감시 등 관리체계가 촘촘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는 “도심 녹지 조성에 있어 가로수를 가능한 2~3열로 심으라는 등의 관리 지침을 지키지 않아도 감시나 관리가 없다”며 “서울시가 도심에 녹지를 더 많이 조성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띠녹지가 조성된 강남구 삼성로[사진=서울시]
◇벽면녹지 21년전 계획에만 매달려

전문가들은 서울 도심에 녹지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도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녹지를 조성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도심 녹지 조성방식 중 서울시가 장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인 사업은 콘크리트옹벽과 구조물의 벽면에 덩굴성 식물을 심는 벽면녹지가 유일하다.

벽면녹지 조성사업의 경우 서울시는 지난 1999년 2020년까지 벽면녹지를 11만3000㎡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9만5064㎡의 녹지를 조성했다. 목표 대비 달성율은 84.1%다. 서울시는 나머지 1만8000㎡에 대해서도 오는 2020년까지 녹지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인구감소, 재개발 확대, 건설기술 발달 등으로 녹지 조성이 가능한 범위가 확대됐음에도 서울시가 21년전 계획을 달성하는 데만 매달려 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학과 교수는 “서울은 도시 전체의 25% 정도가 녹지로 조성돼 있으나 외곽에 치우친 것이 문제”라며 “가로수를 현재 일반적인 1열이 아닌 2열로 심거나 적극적인 옥상녹지화 등을 통해 도심 녹지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서울은 이제서야 도심 열섬 현상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지만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도심의 녹지가 열섬현상을 막아주고 미세먼지를 줄여준다는 것을 이미 예전에 인식하고 이에 맞춰 도시계획을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열섬 현상의 심화 등 기후변화가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도시 공원과 녹지를 조성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벽면녹지가 조성된 노원구 중계2,3동 주민센터[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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