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와 폭염에 대응하려면 빗물을 저장하거나 땅속으로 스며들게 할 공간을 늘리고 나무와 녹지를 확대해 도시의 열기를 낮춰야 한다. 그러나 이미 조성된 도시공간에 이런 시설을 새로 적용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기존 건물과 도로, 보행공간 등을 고려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비용과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대책은 분명하지만 이를 기존 도시에 어떤 방식으로 담아낼 것인가가 대도시 기후적응의 핵심 과제다.
이처럼 새로운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대도시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은 기후변화 적응시설을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노후 건물을 새로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도로, 공원, 녹지, 보행공간의 배치도 함께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빗물을 저장하거나 스며들게 할 공간을 확보하고 나무, 그늘, 바람길을 함께 조성한다면 새로 조성되는 주거지는 폭우와 폭염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후변화 적응시설은 지역의 위험 특성에 맞게 선택하고 배치해야 한다. 침수 위험이 큰 곳에는 빗물을 저장하거나 땅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시설을 설치하고, 폭염이 심한 곳에는 나무와 녹지를 늘려 그늘을 만들고 바람길을 확보해야 한다. 같은 시설이라도 어디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효과는 달라진다. 빗물을 저장하거나 스며들게 하는 시설은 빗물이 흐르거나 모이는 곳에, 나무와 그늘은 사람들이 많이 걷고 머무는 곳에 두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설의 수가 아니라 실제로 폭우와 폭염의 위험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다.
기후변화 적응시설의 효과는 해당 사업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빗물 저장·침투시설은 인근 지역의 침수 위험을 낮추고 녹지, 그늘, 바람길은 주변의 폭염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시설은 사업지 안에 설치되지만 그 혜택은 인근 주민과 지역사회로 확산된다. 이처럼 기후변화 적응시설은 개별 단지의 편의를 넘어 지역의 기후위험을 줄이는 공공적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설치와 유지관리에 필요한 비용과 책임을 정비사업 조합에만 맡기기보다 공공이 함께 나눌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비사업이 기후변화 적응시설을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적응시설의 침수·폭염 저감효과를 평가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역의 기후위험 저감에 기여하는 시설은 공공기여의 한 방식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사업지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혜택이 확산되는 시설에는 설치비의 일부를 공공이 지원할 수도 있다. 아울러 설치 이후에도 시설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 비용과 책임을 조합과 공공이 합리적으로 나누는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함께 주민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 과정에서 분담금이나 조경 수준뿐 아니라 폭우와 폭염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동네는 폭우에 안전한가”, “폭염을 줄일 녹지와 그늘은 충분한가”와 같은 질문이 조합 총회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돼야 한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할수록 기후적응은 사업계획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기후적응력을 높이는 과정이 돼야 한다. 도시공간은 한 번 조성되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만큼 정비사업 단계에서부터 폭우와 폭염에 대응할 공간과 시설을 충분히 반영해 장기적인 기후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단순히 낡은 주택을 새로 짓는 사업이 아니라 폭우와 폭염에 대한 도시의 적응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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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사업, 기후적응을 품어야 한다[최종수의 기후이야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280001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