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연두 기자] 살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고, 감정에 휘둘리며, 후회를 하기도 한다. 특히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친구를 대신해 죽음을 택할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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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철학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소니)가 지난 4일 국내 출시한 공포 서바이벌 게임 ‘언틸 던’(Until Dawn)을 해보길 바란다. 콘솔 기기 플레이스테이션5와 개인용 컴퓨터(PC)에서 두 가지 버전으로 즐길 수 있다.
이번 언틸 던은 영국 개발사 슈퍼매시브 게임스가 2015년 제작한 동명의 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사실적인 3차원(3D) 그래픽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 언리얼엔진5로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전작과 비교해 주요 등장인물 8명의 시점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차별점이 있지만, 내용 전개에서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그래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리마스터 버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개발자의 경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언틸 던은 ‘잦은 폭력 또는 유혈, 일반 성인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으며 ‘플레이어의 선택이 극적인 폭력성과 고어를 연출하는 장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낙사, 혈흔과 내장이 보이는 사지 절단 장면 시나리오를 포함한다’는 등의 내용인데, 웬만해선 잔인한 장면도 잘 보는 기자이지만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언틸 던은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아, 국내 18세 미만 이용자는 플레이할 수 없다.)
게임 시작 후 처음 두 시간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이 시간 동안 게임은 작년에 발생한 조쉬의 쌍둥이 동생 자매 실종사건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서사로 풀어낸다. 이 시간을 견디면 본격적인 생존 게임이 시작된다. 초반에 설산의 경치를 감상하는 재미는 있었다. 언틸 던은 캐나다 앨버타 주의 실제 로키산맥을 본떠 구현했으며, 가상으로 만든 블랙우드산을 무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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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최종 목표는 조쉬와 그의 친구들 7명을 끝까지 살아남게 하는 것이다. 블랙우드산의 저주받은 괴물과 가면을 쓴 납치범을 피해 캐릭터 총 8명을 모두 살리면 이용자의 승리로 끝난다. 기자는 3일에 걸쳐 9시간 넘게 플레이했지만, 단 4명만 살려내는 데 그쳤다. 플레이스테이션5 콘솔 기기를 처음 만져본 것이 약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소니에 따르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게임 시나리오가 1000여 개나 된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용자는 여러 가지 결정을 하게 되며, 이로 인해 스토리의 방향성과 캐릭터의 생사 여부가 달라진다. 캐릭터의 대화 방식과 행동도 선택에 따라 변화한다. 이러한 선택들이 모여 최종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언틸 던에서는 도덕적 딜레마를 여러 번 마주하게 된다. 두 명의 친구 중 한 명만 선택해 살리거나 본인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콘솔 게임을 자주 하지 않는 기자도 게임에 몰입해 한 번 시작하면 세 시간을 앉아 있었다.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해 마치 본인의 친구를 잃은 듯한 슬픈 느낌이 드는 것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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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보다는 콘솔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콘솔 기기의 진동이 공포심을 더욱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이번 리마스터 버전은 고사양 게임이라 일반 PC에서는 다운로드가 30분 이상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언틸 던의 PC 버전은 용량이 59기가바이트(GB)로, 기자의 업무용 컴퓨터뿐 아니라 PC방에서도 다운로드할 수 없었다.
극한의 공포 환경에서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가상으로 느껴보고 싶다면 언틸 던을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때때로 사소하다고 여겼던 과거의 선택과 판단이 주변인의 삶에 큰 영향을 주거나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한다. 이러한 선택에 따른 결과물이 온전히 본인 책임이라는 교훈이 와 닿는다.
한편, 언틸 던 리마스터는 스팀과 플레이스테이션5에서 6만9800원에 판매 중이다. 기자는 이번 게임 후기 작성을 위해 소니 코리아로부터 콘솔 기기를 대여하고 언틸 던 체험판 코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