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무력증이란 임신 2분기(15~28주)에 닫혀있어야 할 자궁 경부가 진통이나 자궁수축 없이 열리는 질환을 말한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유산 혹은 조산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는 1998년 국내 최초로 자궁 밖으로 빠져나온 양막을 모두 살리며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대학병원 유일의 자궁경부무력증 클리닉을 운영하며 고위험 임신부가 무사히 임신을 유지하고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날 신관 1동 1층에서 열린 행사에는 클리닉에서 치료받으며 힘든 시간을 이겨낸 산모와 건강하게 성장한 아이들 등 약 80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산모와 가족들은 전라북도 익산, 경기도 남양주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홈커밍데이를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그들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의료진에게 반가움을 전하며 자궁경부무력증 클리닉 25주년을 축하했다.
행사 현장은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 성태정 교수 등 의료진과 건강히 회복한 가족의 행복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중 두 산모는 자궁경부무력증을 극복하고 출산에 성공한 경험담을 나누며 의료진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작년에 이근영 교수로부터 자궁경부봉합술을 받고 올해 무사히 아이를 분만한 김슬기 산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고위험산모 치료가 더욱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5000만 원을 기부했다.
김슬기 산모는 정형외과 의사인 남편 이안 몰로니씨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 중이다. 부부는 지난 2017년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아이를 잃은 후 의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한국을 찾았다. 이후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아이를 얻었지만 자궁경부무력증으로 다시 아이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부부는 수소문 끝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자궁경부무력증 클리닉을 알게 되었고, 이근영 교수에게 자궁경부봉합술을 받아 무사히 아이를 분만할 수 있었다.
이근영 교수는 “건강하게 회복한 산모와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갑고 보람을 느낀다”며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자궁경부무력증 클리닉은 김슬기 산모 가족의 후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고위험산모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며 치료를 꾸준히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 전 세계 아기 10명 중 1명 조산으로 태어나… 자궁경부봉합술로 조산 막아야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조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조산은 임신 37주 차 전 출산하는 것으로, 이 경우 소중한 생명을 잃거나 출생한 영유아가 다양한 합병증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일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서 태어나는 아기 10명 중 1명이 조산으로 출생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조산율은 작년 기준 9.8%로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자궁경부무력증 클리닉은 초고난도 수술인 ‘복식자궁경부봉합술’ 850례를 포함해 현재까지 6500례가 넘는 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하며, 조산을 막아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있다.
또 산모들이 제공한 혈액 및 양수 등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뱅크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근영 교수팀(산부인과 송지은 교수·손가현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정세리 교수)은 자궁경부무력증의 원인, 진단, 새로운 치료법 등에 관해 연구하며, 조산을 예측하고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근영 교수팀이 발표한 자궁경부무력증 관련 SCI급 논문은 50여 편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