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폐지된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일종의 개그 무술로 웃음을 주는 코너인 `같기도`에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을 연출한 뒤, 개그맨 김준호는 이렇게 말한다. “이건 하자는 것도 아니고 안 하자는 것도 아니여~.”
막을 내린지 십여년도 더 지난 개그 코너를 떠올린 것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에서 저 유행어가 오버랩 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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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 9일 21대 첫 정기국회가 끝난 뒤 `개혁ㆍ공정ㆍ민생ㆍ정의 입법 주요 법안 처리 성과` 보도자료를 내고 “각 영역에서 37건의 주요 법안을 포함한 총 100 여건의 법안을 처리했다”고 평가했다. 주요 법안 중에는 `경제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 포함됐다.
이낙연 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크고 가장 많은 개혁을 이뤄냈다”면서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여러 분야의 개혁을 한꺼번에 입법화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경제민주화를 위한 숙원 법안이던 공정경제 3법 처리해서 공정하고 혁신적인 경제 시스템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대기업·중견·벤처 등 경제계와 시민사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정한 시장 경제의 다양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당 안팎의 반응은 지도부의 인식과는 사뭇 다른 듯하다.
우선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이 유지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뿐 아니라 당내에서조차 `개혁 후퇴`라는 반발이 터져나온다. 5선 중진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의 뜻을 전한 뒤,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재추진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공정경제를 이뤄가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취해졌는데 아쉬운 점들이 있다”며 “의원총회를 통해서도 충분히 문제 제기가 돼서 향후 그런 문제점을 보완해가기 위한 논의를 더 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특히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 때 민주당은 `전속고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터다. 참여연대는 “재계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고(故) 김용균씨 2주기였던 10일 이낙연 대표는 거듭 제정을 공언했지만 `교통정리`가 덜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내 일부에서는 여전히 중대재해법 대신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이제는 연내 상임위 통과를 목표로 제시하며 슬쩍 말을 바꾸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법 제정이라 필수 과정이 많다며 절차를 따지는 것인데, 사람 목숨이 걸린 법안을 두고 언제까지 절차 타령만 하고 있을 거냐”면서 “법 처리를 두고 좌고우면하는 민주당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한마디로 시간을 끌겠다는 지연전술”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령(綱領·기본적 정책과 방침) 전문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모든 사람의 권리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누구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사회, 모든 사람의 권리가 존중되고 함께 잘사는 포용사회를 새롭게 열어나갈 것을 다짐한다`
이쯤되면 과연 서민과 중산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노동을 존중한다는 그 민주당이 맞나 싶을 정도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