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노인·병신, 전통연희로 초대하다

이윤정 기자I 2016.09.08 06:15:00

-심사위원 리뷰
연희집단 The광대 ''몹쓸춤판'' ''바람개비''
''몹쓸춤판'' 한국 전통춤 연희로 풀어내
''바람개비'' 시문학 ''사하따나의 노래'' 바탕
"다양한 시도 가치 있어…신작 공연 계속...

연희집단 The 광대의 ‘바람개비’의 한 장면(사진=연희집단 The 광대).


[현경채 국악평론가] 전통 연희는 국악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굿판에서는 신명의 키를 쥐고 있으며 마을 굿에서는 춤과 노래, 연주로 마을의 안녕을 비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1970년대 후반에는 연희의 장단을 집약해 ‘사물놀이’라는 새로운 국악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뮤직 타악그룹 공명이나 한국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의 필수 관람코스인 ‘난타’도 사물놀이를 기반으로 한 것이니 한국음악에서 연희의 중요성은 상당하다.

최근 대학에서도 연희를 전공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세계무대의 진출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그 핵심에는 올해로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연희집단 The 광대가 있다. The 광대는 한국 연희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단체다. 전통음악의 현대적 창작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다른 단체와 같지만 표현방법은 아주 기발하다. 스토리텔링기법, 현대적인 표현기법, 독특한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기법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는 놈 뛰는 놈 나는 놈’ ‘굿모닝 광대굿’ ‘황금거지’ ‘홀림낚시’ 등 걸출한 작품을 발표하며 꾸준히 창작공연을 진행해온 연희집단 The 광대가 이번에는 소외계층인 병신과 노인을 공연의 중심으로 들여와 전통연희로 풀어낸 신작 두 편을 연속해서 발표했다.

연희집단 The 광대의 ‘바람개비’(사진=연희집단 The 광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필동 남산국악당에서 병신년에 선보이는 병신춤 ‘몹쓸춤판’이란 상당히 흥미로운 제목의 신작을 선보였고 31일에는 노인의 연예감정을 사랑스러운 연예편지로 담아낸 ‘바람개비’란 작품을 발표하였다. 병신과 노인을 통해 소외계층의 입장을 대변했으며 공연으로 현대사회의 이면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았다. The 광대에 소속된 중요무형문화재 고성오광대 이수자 허창열과 안대천이 각각 제작한 개인작품이다. 허창열은 ‘몹쓸춤판’을 통해 한국전통의 병신춤을, The 광대의 대표 안대천은 노인의 연애편지를 ‘바람개비’라는 제목의 연희로 풀어냈다.

고성오광대 문둥북춤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허창열은 ‘몹쓸춤판: 몹시 쓸만한 춤판’에서 ‘댄싱9’ 우승자 김설진, 안무가 김재승 등 배경이 다른 3인의 춤꾼과 함께 자신들만의 병신춤을 선보였다. 병신춤은 밀양백중놀이, 북청사자놀음,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 등으로 전수돼 내려온 우리 역사가 담긴 춤이다. 김설진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춤으로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피폐한 기계적인 삶을 강요받는 현대인의 삶과 멸시받는 소외된 자의 삶 중에서 누가 더 행복한가를 생각하게 했다. 병신춤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경계를 허물고자 한 3인의 각기 다른 병신춤도 볼 만했지만 최근 국악계에서 주목받는 이아람·황민왕·성시영·김태영·최혜원 등의 젊은 연주자들의 농익은 연주가 관객을 행복하게 했다.

안대천의 ‘바람개비’는 철학자 신용호의 시문학 ‘사하따나의 노래’ 중 기분파 노인과 앞집 늙은 아낙이 주고받은 연애편지를 전통 연희로 풀어냈다. 집단성을 가진 연희 장르의 특수함을 벗어나 연희자 개인의 다채로운 재능과 유머를 발산했다는 점에서 탁월했다. 하지만 신용호의 시문학을 연희로 풀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였고 황혼의 로맨스라는 소재를 가볍게 풀어보려던 김서진 연출도 한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웠다.

전통 연희를 두고 국악의 미래라고 한다. 그런 만큼 무엇보다 이들의 다양한 시도가 무척이나 값진 일이다. 이들의 신작공연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연희집단 The 광대의 ‘몹쓸춤판’(사진=연희집단 The 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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