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가치주란 이분법적인 사고는 투자에 효율적이지 않다는 한 애널리스트의 얘기다. 실제 가치주와 성장주는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코스피 대표주인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네셔널(MSCI) 성장주 지수와 가치주 지수, 동시에 포함돼 있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디램(DRAM) 사업부에 가치주적인 측면이 있다면,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파운드리는 미래 유망 분야로, 성장주 성격이 있다.
이처럼 성장주, 가치주를 뚜렷하게 구분해 낼 수 없는 건 맞지만 범주를 만들 만한 기준은 분명 존재한다. 전자를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향후 성장률이 업계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으로, 후자를 본질적 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선 올 한 해 성장주, 가치주 관련 논쟁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높은 밸류에이션은 낮은 금리 등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성장주가 주춤하는 반면 가치주의 시대가 올 것” 등의 주장에 찬반 논란이 이는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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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면에서 2020년은 단연 성장주의 해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TIGER 상장지수펀드(ETF)들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올해 초부터 지난 18일까지 대형, 중소형 성장주 ETF의 수익률은 각각 37.7%, 47%인 반면 대형, 중소형 가치주 ETF는 18.4%, 30.9%로 저조했다.
특히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대표되는 성장주들은 상반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코스피 최저점인 3월 19일부터 18일까지 2차전지테마(122.8%), 헬스케어(103.8%), 소프트웨어(91%), K게임(81.5%) ETF들은 10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가치주 종말론과 성장주 거품론을 동시에 등장시켰다. 코로나19 사태 몇 년 전부터 고전했던 가치투자는 4차산업, 신경제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도태되고 있단 의견과 성장주는 투기적 열망이 쏠려 지나치게 과열된 상태란 각각의 입장이다.
11~12월 20.4% vs 15.9%, 가치주 역습
겨울 들어 논쟁은 흥미로워지고 있다. 올해 내내 부진했던 가치주 영역의 업종이 급반등했기 때문이다. 승승장구하던 성장주 덕에 그간 가치주 종말론의 목소리가 컸다면, 최근 들어 성장주 거품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1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TIGER 대형 및 중소형 가치주 ETF는 각각 23.7%, 20.4% 상승, 대형 및 중소형 성장주 ETF의 22.3%, 15.9%의 수익률을 상회했다. 가치주의 역습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접종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팽창하고 있어서다. 경기가 가파른 속도로 개선된다면 금리 상승이 나타나게 되고 이 경우 유리한 건 가치주다. 성장주는 미래 벌어들일 이익에 대한 할인율인 금리가 낮을수록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구조다. 이에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에 대한 가치평가는 낮아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가치주가 부상하는 것이다.
내년은?
가치주로의 스타일 변화는 내년에도 지속된단 전망이 있는 반면 단기적 상승일 뿐 다시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도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가치주 강세는 세계 곳곳에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에 시작된 것으로 본다”면서 “스타일 전환이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지속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어, 큰 틀에서 내년 가치주에 역점을 두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론적으로 내년 가치주 비중 확대는 올바른 선택으로 생각한다”며 “단 가치주 내에서도 양극화를 생각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당장 다음 분기에 실적이 급증할 업종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그 업종에 자금을 쓸어 넣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5~10년 후 세상을 정복할 것’이란 꿈을 먹고 크는 기술성장주에 자금이 그대로 머무르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내년 초까진 경기민감 업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갈 수 있지만, 이후 성장주 매수 타이밍을 잡을 수도 있다”며 “적절한 시기는 급성장하는 기업이 사라지는 시기라고 보는데, 이는 내년 초 이후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