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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산업이고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국가 성장 동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은 해당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안보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반도체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기업이 요구하는 물을 원하는 만큼 공급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넉넉하지 않은 우리나라 물 사정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물 공급에는 돈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까지 물을 너무 싸게 써 왔다. 최근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수도요금은 1t당 829원으로 생산원가 1114원의 74.4% 수준이다. 물 1t을 공급할 때마다 285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 계산을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입해 보자. 용인의 하루 107만2000t과 서남권의 하루 65만t을 더하면 하루 공급량은 172만2000t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하루 적자액은 약 5억원, 1년이면 약 1800억원이 넘는다. 단순 추정이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요구량이 적정한가다. 기업이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취수량은 각각 48만t과 31만t이다. 두 기업의 국내외 사업장 취수량을 모두 합해도 하루 80만t 수준이다. 그런데 용인과 서남권 단지의 요구량은 하루 172만2000t으로 현재 사용량의 두 배가 넘는다. 새롭게 지어질 팹은 총 14개 안팎으로 두 기업이 가동 중인 전체 사업장 규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고 첨단 공정일수록 초순수와 냉각수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업장 규모는 기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데 물 사용량은 두 배가 넘는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반도체 생산의 수많은 공정에서 물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 기업들은 이 물을 하천과 댐에서 끌어와 국가 광역상수도망을 통해 ‘쉽게’ 공급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TSMC는 기후변화와 가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최신 팹을 설계할 때부터 용수 재이용 시설을 함께 짓는다.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정화해 다시 쓰는 ‘무방류 시스템’ 수준의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며 외부 용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다.
기업의 자구노력만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업이 요구하면 어떻게든 물을 끌어다 공급하는 방식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신규 반도체 산업단지 인허가 단계에서 용수 재이용 계획과 물 사용량을 공개하도록 하고 그 이행 여부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물을 많이 쓰는 산업일수록 더 엄격한 물 관리 기준을 적용받는 것이 당연하다.
최근 AI 열풍으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이 수익을 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높은 수익을 내는 초우량 기업이 원가보다 낮은 물값을 내면서 더 많은 물 공급을 요구한다면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전략산업이라는 이유로 물 공급 비용은 사회에 전가하고 절수 책임은 외면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반도체 산업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그리고 물 역시 대한민국의 미래다.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라면 물과 환경은 그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산업과 환경은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하는 상생의 가치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물을 아끼기 위해 양치컵을 쓰라고 배웠다. 그 원칙을 시민에게만 요구해서는 안 된다. 국가 전략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이제는 기업도 물 절약의 양치컵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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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도 양치컵을 들어야 한다[최종수의 기후이야기]](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7/PS260706000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