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의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5920억원의 적자를 냈고, 차입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이 79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실업급여와 모성보호급여가 동시에 급증한 탓이다. 실업급여는 지난해 17조 483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모성보호급여는 4조 1810억원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고용보험의 사업비 지출액이 20조 9405억원으로 전년 18조 6456억원에 비해 2조 2949억원(12.3%) 증가했다. 사업비 지출액이 20조원을 넘은 것은 고용 위기가 심각했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고용보험기금이 2020~2021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적자를 냈다가 2022년 반짝 흑자를 냈으나 올해나 내년엔 적자로 돌아설 것 같다. 고용보험의 양대 계정인 실업급여계정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계정 가운데 실업급여계정의 적자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실업급여계정의 지난해 연말 기준 적립금은 1조 7275억원이지만 차입한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5조 9933억원 적자다. 게다가 최근 고용 한파로 재정건전성이 더 위태로워졌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만 명 줄어들며 1년 5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출산전후휴가급여와 육아휴직급여를 포함한 모성보호급여도 문제다. 모성보호급여는 2002년 도입되며 실업급여계정에 추가됐다. 이 급여의 연 지출액은 도입 첫해 257억원에서 지난해 4조 181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응과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확대·강화함에 따라 이런 급증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노사정 고용보험 태스크포스’에 따르면 모성보호급여는 2030년 6조원에 이어 2033년 7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보험이 재정위기에 처해도 실업급여는 차질 없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재취업 지원 등 고용 안정을 위한 다른 사업들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고용보험 재정건전성 강화 대책이 시급하다. 실업급여 부정수급 단속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주요 적자 요인으로 떠오른 모성보호급여를 고용보험에서 떼어낼 필요가 있다. 모성보호급여는 수급자 대부분이 재직자라는 점에서 정부 일반회계나 별도 기금 등 다른 재원으로 감당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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