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앞두고 숨진 특수교사 “죽을 것 같아”…동료들에 보낸 메시지엔

권혜미 기자I 2024.11.07 05:48:56

10월 자택서 사망한 인천 A교사
동료들에 높은 업무 강도 호소해
노조 측 “관련 기관에 책임 물을 것”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인천의 한 특수교사가 지난달 자택에서 사망한 가운데, 생전 동료들에게 고통을 호소한 메시지 내용이 공개됐다.

지난 5일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은 특수교사 A씨가 동료들과 나눈 메시지 대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고인은 그동안 유가족과 주변 동료에게 지속해서 괴로움을 호소해왔다”고 밝혔다.

사진=전국특수교사노조 제공
A교사는 동료에 “우리 특수학급이 8명에서 6명으로 인원이 변경돼서 학급이 감축됐는데 1명이 바로 전학왔네”, “학급 배치를 왜 이렇게 하지”, “나 수업 29시수야”, “진짜 죽어버릴 것 같음”, “중간에 기간제도 안주고” , “우리 반 문제행동 심해서 무슨 컨설팅 있다길래 신청했는데 나보고 관찰해서 체크하라는데 이게 맞아?”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아울러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린 정황도 드러났다. A교사는 “교사가 아파트 단지 안에 들어와서 등교지도 해달라시는데 학교에서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하네” 등 내용의 메시지를 동료에게 전달했다.

노조 측은 “A교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시수도 빠지지 않는 29시수의 수업을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이는 일반 교사들은 버틸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보통 초등학교 교사의 주 평균 수업 시간 시수는 20시간, 중고등학교는 주 15~18시간 내외다.

노조 측은 “유가족은 고인이 겪은 처우를 다른 특수교사들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품고 진상 규명과 특수교육 시스템 개선과 순직 인정을 촉구하기로 결정했다”며 “학교 교육을 지원해야 할 교육부, 교육청, 교육지원청의 역할 부재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제공
A교사는 지난달 24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특히 A씨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안겼다.

A교사는 올해 3월부터 모 초등학교 특수학급을 맡게 됐다. 애초 해당학교에는 특수교사 2명이 각각 특수학급 1개 반을 맡았는데, 올해 초 학생 수가 6명으로 줄면서 A 교사가 1개 반을 전담했다.

그러다 지난 3월과 8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1명씩 모두 2명이 추가로 전학을 오면서 과밀학급이 됐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1개 반 정원은 6명이다.

A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 8명 외에도 통합학급에 있는 특수교육 학생 6명도 수시로 지도했고, 여기에 행정업무까지 함께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측 인력 증원 요청에 따라 장애 학생 지원 인력 2명과 특수교육 대상 학교 인력 1명 등 자원봉사자 3명을 배치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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