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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BBC방송에 따르면 올 여름 영국 각지에서 무화과, 아보카도 등 그동안 영국에선 보기 힘들었던 열대성 식물과 과일 등이 자라났다. 기록적인 무더위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영국 왕립원예협회는 “평소보다 더 습했던 지난 겨울, 그리고 더 덥고 건조했던 올 여름 강우량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부 이국적인 식물들의 성장에 유리한 환경 조건이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협회에서 정원사로 일하고 있는 러셀 왓킨스는 거대해진 라이스페이퍼 잎을 가리키며 “올해는 정원에 관엽(열대)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우리가 키울 수 있는 한계를 뛰어 넘어 성장했다”며 “튼실한 바나나와 다양한 달리아 및 생강 등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품종들이 겨울을 이겨내고 있다. 반면 영국의 전통적인 정원 품종들은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트앵글리아 지역에서 창문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크리스 바우어도 건조해진 기후 때문에 물을 덜 필요로 하는 식물을 키우기가 용이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취미로 아열대 식물을 이것저것 키워보고 있는데, (올해) 수박과 무화과 재배에 성공했고, 대추와 감, 유자 등도 수확할 수 있었다. 매우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가 지속되면서 토착 품종이 아닌 식물을 재배하는 일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에서도 열대 과일인 아보카도가 목격됐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아보카도는 서인도제도 또는 중남미에서 주로 생산된다. 덥고 건조해진 기온과 더불어 도시의 인프라 때문에 인근 농촌보다 더 따뜻해지는 현상, 이른바 열섬효과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큐 가든스의 제임스 웡 식물학자는 “싹이 난 뒤 버려진 일부 씨앗에서 자라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기상청은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속도보다 영국의 온난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지구 기온은 약 200년 전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1.1℃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처럼 덥고 건조한 여름이 계속되면 전반적인 작황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니치대학 천연자원연구소의 식물 과학자인 크리스 앳킨슨은 “길어진 여름은 새롭고 이국적인 식량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흥미진진한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모든 유형의 식물들을 효과적으로 재배하는 데엔 문제가 된다. 모든 식물이 성장하고 정착하기 위해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