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을까’싶은 이곳은 수도권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의 상황이다.
조안면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2500만명의 국민이 이용하는 음용수의 수원지라는 이유로 1975년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공장·숙박업소·음식점 등의 영업이 불가능하다.
◇주민 4분의1이 전과자인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은 이 때문에 최소한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마저 포기하고 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남양주시 조안면에 사는 4000여명의 주민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약 1000명은 상수원보호구역 내 불법행위에 의한 전과자다. 전과가 있는 주민들의 범죄 혐의는 거의 대부분 상수원보호구역 내 불법행위로 규정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김기준(37) 조안면통합협의회장은 “대다수 국민들은 정부에서 상수원보호구역 내에서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을 적발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우리를 환경파괴의 원흉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라고 설명했다.
가열하는 음식을 조리해 파는 행위가 금지되는 조안면은 음식점은 물론 끓는 물을 사용해야 하는 카페조차도 영업이 불가능하다. 현재 조안면에서 영업 중인 84곳의 식당은 거의 대부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전 허가를 받은 곳이다. 이후에 영업을 시작한 음식점은 모두 불법이다 보니 2010년대 후반 대대적인 단속이 일상화된 이후부터는 과거 식당 영업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폐건물만 즐비하다.
2017년에는 같은 이유로 전과자 신세가 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길가에 작은 천막을 치고 핫도그를 팔던 27살의 청년이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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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조안면과 같이 한강을 맞댄 양평군 양수리는 상수원보호구역에세 제외되면서 여러 아파트와 시장, 번화가로 주말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행락지로 자리잡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은 지난달 27일 상수원보호구역을 규정하고 있는 ‘수도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주민들은 수도법의 시행규칙인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고 있는 건축물의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는 사실을 청구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상수원보호구역 내 규제행위를 조금만 완화해 내 땅, 내 건물에서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훈(42)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정책협의회 공동위원장은 “조안면 주민들은 양수리처럼 개발을 하려는 것도, 땅값을 올려 재산을 불리려는 생각도 전혀 없다. 그저 기본권을 보장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영업으로 상수원을 오염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적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외면 속 주민 스스로 살 길 찾기 나서
현재 조안면에 있는 9개 하수처리시설을 통해 한강으로 배출되는 방류수는 한강 물보다 더 깨끗하다는 것이다. 그대로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정도 받았다고 설명한다. 조안면에서 나오는 방류수가 오히려 한강물을 정화하는 셈이다.
북한강과 나란히 놓인 국도45호선 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다 단속으로 문을 닫은 허정우(42)씨는 “정부가 상수원 보호를 이유로 북한강 주변 농지를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했지만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고정식 화장실도 설치할 수 없어 이동식 화장실을 놓긴 했지만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며 “이런 이유로 발생하는 노상방뇨와 버리고 가는 쓰레기가 오히려 더 상수원을 오염시키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4000여 명의 조안면 주민들의 가혹한 희생을 전제로 2500만 수도권 주민들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고 있는 것이 과연 정의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45년 전 하수처리기술 수준으로 현재까지 규제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하며 변화된 수처리 기술 등에 맞춰 물에 대한 규제도 반드시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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