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을 주관하며 아시아 대륙의 스포츠를 총괄하는 국제 올림픽 기구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물론 올림픽을 총괄하는 국제조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각종 행사에서도 이렇게 소개받는 한국의 젊은 여성 체육인이 있다.
김연아와 박세리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여성 선수라면 이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각종 대회 준비와 진행을 담당하는 체육행정인, 박주희(43)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SF) 사무총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박주희 사무총장은 “어릴적부터 좋아했던 스포츠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여기에서 내가 하고싶은 공부와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얼떨결에 국제적 스포츠이벤트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며 “최근 전세계 스포츠의 가장 큰 화두이기도 한 ‘도핑’분야에서 15년 가까이 활동을 해온 만큼 내가 가진 정보와 경험은 앞으로 국내는 물론 국제스포츠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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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총장은 2030 아시안게임 유치 신청서를 낸 카타르 도하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를 대상으로 OCA가 주관해 진행한 평가위원으로 활동했다. 평가위원들은 지난 11월 말 각국에 대한 평가를 거쳐 지난해 12월 말 열린 OCA총회에서 2030 아시안게임이 카타르 도하로 확정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가위원은 아시아의 체육인 중 단 4명으로 구성, 두 도시를 순방하며 각자 맡은 분야에 대해 개최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하는데 박 총장은 이번 평가에서 자신의 전문인 ‘도핑’과 의무, 보건을 비롯한 코로나19 대응 분야를 전담했다. 평가위원의 안목이 사실상 아시안게임 개최지를 결정하는 셈으로 박 총장은 이번 활동을 통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체육인으로 우뚝 섰다.
박 총장은 “아시안게임이라는 스포츠이벤트가 워낙 국가적 관심이 높은 대회다보니 평가위원들은 해당 국가와 OCA가 제공하는 전세기로 각 도시를 이동하고 육로에서는 대통령이 이동할때 볼 수 있는 경찰의 호위 등 거의 국빈급 대우를 받는다”며 “이 역시 내가 ‘도핑’이라는 한 분야에서 수년 간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박주희 총장은 선수와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기 어려운 체육행정인으로서 가히 김연아, 박세리의 세계적 영향력을 뛰어넘는, 대한민국의 막강한 국력을 세계에 알리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같은 왕성한 활동 탓에 박 총장은 최근 2개월 간 수차례 해외 업무로 코로나19 검사만 14차례 받아야 했던 경험도 있다.
◇‘도핑’이라는 한 우물만 판 결과 세계적 도핑 전문가로
‘운동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에게 심장흥분제·근육증강제 따위의 약물을 먹이거나 주사 또는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일’이라는 뜻의 도핑은 최근 스포츠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세계 유명선수들이 각종대회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입상이 취소되는 사건들이 자주 벌어지는데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분야에서 박 총장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권위자 중 한명으로 손 꼽힌다.
이화여대 체육학과에 진학해 동대학원 체육학 석사, 경희대에서 스포츠 의·과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07년, 2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한국도핑방지위원회의 도핑검사관으로 도핑 분야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박 총장은 국내 1호 국제도핑검사관 타이틀을 획득하고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각 국가마다 한명 있을까 말까 한 도핑검사관으로 올림픽에 참여했다.
그 능력을 인정받은 결과 박 총장은 2012 런던하계올림픽에선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사용을 감시·제재하기 위한 공식 국제기구인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도핑위원으로 한단계 격상된 지위에 올랐고, 2014년과 2015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과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의 의무·도핑분야 총 책임자로 일했다.
박 총장은 “도핑이라는 분야가 알려진게 몇십년 정도밖에 안된만큼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들일때는 국내엔 도핑에 대해 잘 알고있는 사람 조차 별로 없었다”며 “어린 나이의 여자임에도 여러가지 국제스포츠이벤트에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각국의 외교력이 평가받는 국제스포츠계에서 주변의 여러 바람에 휘둘리지 않고 내 할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아시아 스포츠계에선 박주희 라는 이름을 모르면 도핑을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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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화여대 체육과학부 글로벌스포츠 분야 겸임교수이기도 한 박주희 총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IOC위원인 유승민 전 탁구국가대표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와 같은 곳에서 일하게 된것이 큰 힘이 됐다.
스포츠를 통한 민간외교 활동을 펼치는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에 유승민 IOC위원이 2017년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박 총장의 능력은 날개를 달았다.
박주희 총장은 “국제스포츠계에서 한 국가의 대통령과 맞먹는 영향력을 자랑하는 IOC위원이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내가 잘 몰랐던 IOC분야에 대해 유 위원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선수와 체육행정인, 남성과 여성, IOC와 OCA 등 이렇게 분야가 명확하게 구분지어지다 보니 각자 맡은 일에 서로의 지원이 가능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박 총장이 이번 2030 아시안게임 개최지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유승민 IOC위원의 세계 스포츠계를 향한 강력한 추천이 있었던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이들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중 하나다.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 역할 할 수 있길
국내·외에 걸쳐 쌓아온 다양한 스포츠이벤트 경험과 정보력, 인적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박 총장은 이제 한국인으로서 전세계에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알리는데 역할을 하려한다.
박 총장은 “도핑을 나만의 분야로 선택하면서 국내·외 스포츠이벤트에 참여 기회가 점차 늘어난 만큼 매 순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경기에 임하는 국가대표 선수의 마음가짐과 같이 나 역시 국가대표라는 심정으로 일한다”며 “OCA 및 IOC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물을 한국으로 끌고와 국내 스포츠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박 총장은 2032 올림픽 유치에 있어서도 한국과 유치경쟁을 펼치는 다른 여러 나라 체육인들과 맺어온 인적네트워크는 물론 수많은 국제스포츠이벤트 참여를 통해 쌓은 경험과 정보력이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박주희 총장은 “정부가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를 공식화한 만큼 내가 15년 가까이 국제 스포츠계에서 쌓은 다양한 능력을 토대로 우리나라가 2032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일조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