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비상대책상황실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이날도 영하 10도에 가까운 한파가 이어지면서 “설악산을 기어오르는 듯 하다”는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의 표현처럼 이른 아침부터 전력수요를 나타내는 그래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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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피크 타임대인 10시가 넘자 조 센터장은 석탄발전소 최대보증출력(MGR) 운전과 최저운전 등(20만kW)을 통해 예비력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원래 ‘주의’ 단계에서 이뤄지는 조치지만, 이날은 일종의 테스트처럼 시행됐다. 남 이사장은 MGR 운전에 적극적으로 임한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에 피자 50판을 보내기도 했다. 전력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독 협조를 잘 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다.
다행히 오전 11시까지 한시간 평균 최대전력은 7389만kW에 그쳤고, 예비력은 402.5만kW(예비율 5.4%)을 유지해 긴박한 상황은 비켜갔다. 조 센터장은 “산업체 수요관리,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 석탄화력 상향 운전 등 모든 조치를 통해 총 406만kW의 예비력을 확보한 덕분”이라며 “별도 조치가 없었다면 예비전력이 마이너스(-)로 갈 뻔한 상황이었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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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접어들자 날씨가 조금 풀리고 예비력이 500만kW대 이상의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상황실에도 잠시 여유가 찾아들었다. 하지만 다시 긴장감이 고조됐다. 두번째 피크 시간대인 오후 5시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조 센터장과 직원들의 눈은 전광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행히 별 일 없이 지나갔다. 오늘은 더 이상 추가 조치는 필요 없을 것 같다.
조 센터장과 직원들에겐 주말이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풀린다는 예보가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일단 당분간 한숨을 쉴 수 있겠지만 그러나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내달 중순에서 2월 초순으로 예정된 전력 피크 시즌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 센터장은 “1월 중순에서 2월 초순 사이 최대전력이 7913만k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관리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예비력이 127만kW 밖에 안돼 전력수급에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