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세포치료제 개발 중인 한모바이오 GMP 공장
세포 오염 막는 데 초점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 연평균 36.3% 성장 전망
[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디지털 장비들에 문제가 생기면, 퇴근한 직원에게도 알람이 간다. 공장을 청소하는 외부 업체는 3개의 소독제를 돌려쓴다. 소독제에 내성이 생길까 봐서다. 차압이 각각 다르게 설정된 문은 덜 닫기면 다른 소리가 나 직원들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사람과 폐기물은 다른 동선을 이용한다.
11일 찾은 경기 군포시 한모바이오 GMP 제1공장에서는 ‘규칙’이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건 ‘세포’에 초점이 맞춰졌다. 2020년 12월 완공되고 지난해 11월 첨단재생바이오법에 의한 세포처리시설 승인을 받은 이 공장에선 의료기관에서 채취된 세포가 분리·보관·배양되고 있다.
◇세포 분리→배양→이식 전 과정 어떻게 진행되나
한모바이오는 모발 성장을 담당하는 씨앗인 모유두세포를 채취해 대량 배양과 이식으로 이어지는 탈모 세포치료제에 대해 전임상 중이다. 모유두세포는 모근 가장 밑부분에 있는데, 이 세포는 한 모낭에 3000개씩 뭉쳐있다. 한모바이오는 미세수술용 가위를 이용해 실체현미경을 보며 세포를 하나씩 떼는 ‘쵸핑 분리 기술’을 개발해 배양한다. 모유두세포 보관 서비스는 이미 출시됐다. 세포 이식을 기대하는 소비자 약 400명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 이화학실험실에서 세포 품질을 확인하는 연구원. (사진=김명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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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평 크기의 이 공장은 한모바이오 사무실과 붙어 있다. 사무실과 가장 인접한 곳은 ‘이화학실험실’이다. 이곳에선 제조된 세포의 품질관리 시험을 한다. 윤정인 한모바이오 대표는 “세포를 채취한 후 보관하기 전 혹은 중간 단계나 배양 이후 최종 완제품이 나가기 전에 세포 품질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화학실험실을 나서 다음 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포 분리와 보관, 배양이 이뤄지는 공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맨 앞은 ‘세포보관실’이다. 여기에는 김치냉장고처럼 생긴 액체질소(LN₂)탱크가 있는데, 최대 1만7000명분의 세포가 보관된다. 두피조직이 제조소로 입고되면 쵸핑 분리 기술을 통해 모유두세포를 분리하고 이후 이 탱크에서 보관된다. 섭씨 영하 196도까지 내려갈 수 있도록 설정됐다. 내부는 어느 세포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아파트처럼 층이 나뉘어 있다. 모유두세포 보관 서비스 이용자들의 세포는 세포 분리 당일 액체질소탱크에서 최대 40년간 보관된다.
| 가장 오른쪽의 김치냉장고처럼 생긴 액체질소탱크에 세포가 보관된다.(사진=김명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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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가 제대로 보관되려면 액체질소탱크를 잘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탱크 바로 옆에 비치된 액체질소 공급 탱크는 이산화탄소를 실시간으로 공급한다. 세포보관실 옆 ‘CO₂중앙공급실’에는 여러 개의 CO₂가스통이 비치돼 있고 이들은 가는 스테인리스(SUS) 관을 통해 각 제조소의 CO₂인큐베이터로 연결된다.
세포보관실과 CO₂중앙공급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 걸어가면 제조소 4개가 나온다. 각 제조소에서는 ‘생물안전작업대(BSC, Biological Safety Cabinet)’가 있는데, 여기서 세포가 분리된다. 쵸핑분리기술도 이때 활용된다. 윤 대표는 “세포가 노출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BSC다. 연구원들은 실체현미경을 보면서 조직을 자르고, 분리된 세포는 액체질소탱크에 보관한다”고 했다.
| 왼쪽에 제조소 1개, 오른쪽에 제조소 3개가 위치해 있다. (사진=한모바이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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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제조소에서는 생물안전작업대가 설치돼 있다. 여기서 세포가 분리하거나 증식된 세포를 뭉친다. (사진=김명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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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하던 세포에 니즈가 생기면, 배양 과정에 돌입한다. BSC에서 액체질소에 보관된 세포를 다시 해동한 후, 사람 몸과 같은 조건으로 설정된 CO₂인큐베이터에서 증식 및 배양한다. 윤 대표는 “온도는 37.0도, 농도는 5%로 맞춰진 CO₂인큐베이터에 해동한 세포를 넣어 일정 기간 배양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어느 정도 증식되면 계대배양의 과정을 거쳐 증식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증식·배양된 세포는 마지막으로 사람에게 향한다. 그는 “모유두세포가 원래 모낭에 뭉쳐있어서, 체외에서도 뭉친 상태에서 이식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BSC에서 증식된 세포를 뭉친 작업을 한 후 CO₂인큐베이터에서 다시 3일간 배양한다. 이후 세포를 세척해 바이알(병)에 넣어 이식을 진행할 장소로 간다. 바이알에 넣은 후 24시간 동안 유효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 사람 몸과 같은 조건으로 설정된 CO₂인큐베이터에서 세포는 증식 및 배양된다. (사진=김명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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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 연평균 36.3% 증가 전망
한모바이오는 특허 등록한 천공이식법을 활용해 모유두세포를 피이식자 두피에 이식할 계획이다. 강다윗 한바이오 회장은 “현재 탈모 세포치료제는 전임상 진행 중으로, 하반기 임상 돌입 예정”이라며 “모유두세포는 대량배양 기술이 핵심이다. 쵸핑 분리 기술 등을 활용해 상용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은 2019년 5억 3700만달러(약 6439억원)에서 연평균 36.3% 증가해 2026년께 46억 8400만달러(약 5조 617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포치료제는 증상 개선에 초점을 두는 기존 의약품 대비 근본 치료법을 제시할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지난해 4월 발간된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국내에서 테고사이언스 ‘솔로덤’, 녹십자셀 ‘이뮨셀엘씨주’ 등 16개 제품이 세포치료제로 허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