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밀려드는 글로벌 자산 유입 덕에 활황세를 보였던 중국 자산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금융 리스크 대응을 위한 자국 내 규제 등으로 인해 중국 위안화표시 자산의 매력이 뚝 떨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벤치마크 지수인 CSI300지수는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13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두 달여만에 13% 가까이 하락하고 있다. 늘어나 매물로 인해 이 기간 중 시가총액만 1조3000억달러 이상 급감했다.
위안화 가치도 최근 달러대비 약세로 돌아섰다. 올 들어 달러대비 위안화 가치를 전년 말에 비해 하락하고 있고, 특히 지난 3월 위안화는 최근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 국채 역시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월간 순매도를 기록한 외국인 투자자로 인해 약세를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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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 위안화표시 자산에 급격한 반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미 국채금리가 뛰고 달러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을 가장 먼저 맞은 탓에 오히려 경기 회복세가 빨랐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로 인해 외국인 자금을 빨아 들였다.
그러나 빠른 경기 회복은 인플레이션과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우려를 낳았고, 중국 인민은행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이트한 통화정책으로 돌아서자 위안화표시 자산의 매력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달러값이 더 오를 경우 위안화 가치 하락, 중국 주식과 채권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이 이어질 수 있다. 애드리언 주어처 UBS 칩인베스트먼트 오피스 글로벌 자산배분 대표는 “중국 자산시장의 강한 흐름이 시험받고 있다”면서 “단기적으로 중국 자산가격의 변동성은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세계 2위 규모인 중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2월 고점대비 8380억달러나 줄었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6700억위안으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증시 내 에너지가 그 만큼 소진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어처 대표는 “계속 윗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미 국채금리는 단기적으로 중국 주식시장 변동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이라며 “미 금리가 더 오른다면 중국 내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이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증시 내 순환매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럴드 밴 더 린드 HSBC홀딩스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대표는 같은 이유로 인해 “아시아 증시가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는 위험이 여전하며, 중국 증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3월 중국 생산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대비 4.4%나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민은행은 시중 유동성을 다소 죄면서 기업들의 대출 여건도 타이트하게 가져가고 있다.
한펑 왕 차이나 인터내셔널캐피탈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의 통화정책이 타이트하다고 본다”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중국 당국에서 나오는 추가적인 정책 시그널에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점에서 위안화 가치가 얼마나 더 약해질 것인지 주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조우 하오 코메르츠방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6.56위안 수준인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이 올 연말 6.83위안으로 올라갈 수 있다(=위안화 평가절하)고 보고 있다. 그는 “미국 달러에 대한 전망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미국 경제가 앞으로 2년 간 더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한 만큼 이는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