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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로드]흙 파먹고 산다…`토식`<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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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I 2020.11.28 10:00:00

기원전부터 흙먹은 인류…영양 섭취 목적이지만
허기 견디는 수단이기도…"상상 못할 음식 먹고 살아"
토양오염 심각해 무턱대고 먹어서는 건강 해칠 수도

음식은 문화입니다. 문화는 상대적입니다. 평가 대상이 아니죠. 이런 터에 괴상한 음식(괴식·怪食)은 단어 자체로서 모순일 겁니다. 모순이 비롯한 배경을 함께 짚어보시지요. 모순에 빠지지 않도록요. <편집자주>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야생 침팬치는 흙을 즐겨 먹는다. 포식 행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흙(흰개미집 따위)을 함께 먹기도 하는데 일부러 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토양에 함유된 성분이 침팬치의 위장 장애를 치료하고 이질을 낫게한다는 게 연구 결과다. 야생에서 몸소 터특한 생존 방식이다.

흙을 먹는 동물은 널렸다. 고릴라도 침팬치와 같은 이유에서 흙을 먹는데, 건기에는 탈수 증상을 막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아프키라 초원의 코끼리는 흙을 먹어서 체내에 유독물질이 흡수되는 걸 막는다고 한다. 비슷한 이유에서 앵무새도 흙을 먹는다. 지렁이 또한 흙을 먹어(참고 [괴식로드]땅속 주름잡는 지렁이…‘토룡탕’ 효능은<12>) 영양분을 보충하고, 바닷가에 사는 게도 뻘과 모래에서 양분을 섭취한다.

인류의 토식(土食·geophagy)도 만연하다. 토식의 연원은 기원전으로까지 거슬러간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소속 이재영 연구원이 쓴 `토식물질의 점토광물학적 및 관련 특성` 논문을 보면,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384~322 B.C.)가 토식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독일인 훔볼트(1769~1859)가 19세기 초 베네수엘라에서 토식을 보고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기근이 들자 배고품을 달래려고 흙을 먹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흙에 영양가는 없었다고 쓰고 있다. 사실 무기질과 유기질로 구성한 흙을 먹어서 힘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바위, 돌, 모래나 섞은 동식물 조직은 영양과 거리가 멀다.

토식은 여전히 만연하다.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철분을 섭취하고자 흙을 먹는다. 나이지리아에서 토식용으로 판매하는 흙은 위장 장애를 해소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는데, 양약과 성분이 비슷하다. 인도네시아에서 토식에 쓰이는 토양에는 기생충을 제거하는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사진=EBS 유튜브 갈무리)
그러나 배고품을 이기지 못해 흙을 먹는 이들도 많다. 중남미 빈국 아이티에서는 아이들이 `진흙 쿠키`를 먹는다. 기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에서 흙은 배고파서 먹는 음식이다. 먼 나라 얘기도 아니다. 2011년 국회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탈북인 최영숙씨는 북한에 머물던 시절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런 음식을 먹고 살았다”며 흙먹은 얘기를 꺼냈다. 맛있어서 먹은 게 아니라, 맛없어도 먹은 것이다. 흙을 부침개로 먹거나 떡이나 빵, 국수 반죽에 섞어서 먹었다고 했다. 소화가 안돼서 배변에 큰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19세기 독일인이 마주한 과거는 여전히 현실에 존재한다.

무턱대고 흙을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토양오염 탓이다. 논과 밭은 농약과 화학비료 잔존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공장 부산물과 폐수는 토양을 오염하는 주범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 주변 토양도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전국을 2512개 구역으로 나눠 조사해보니, 50곳은 토양 오염 기준치를 초과했다. 갈수록 토양의 질이 나빠지고 있어서 문제다. 지역별로는 경기와 서울, 부산 순서로 흙이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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