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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다시 만난 지프 랭글러 루비콘 2.8 CRD

김하은 기자I 2017.11.03 07:02:05
[이데일리 오토in 김하은 기자] 2017년,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랭글러의 가격표를 찾아본다면 오로지 V6 엔진만이 판매 중인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에는 디젤 모델이 판매되며 랭글러 판매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엄격해지는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 이탈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이런 랭글러 루비콘 2.8 CRD 모델을 2017년 10월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과연 오랜만에 만난, 디젤 엔진을 품은 랭글러 루비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 물론 디젤 고유의 진동과 소음은 감수해야 하지만..

탄탄한 매력을 과시하는 랭글러 루비콘

랭글러는 2도어 모델인 스포츠와 4도어 모델인 ‘언리미티드’로 나뉜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숏바디 모델의 탄탄한 느낌을 좋아한다. 물론 기능적인부분에서는 4도어 모델이 무척 유리한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의 취향이 반영한 탓이다.

어쨌든, 4도어 모델보다 525mm가 짧은 4,225mm의 전장은 물론 2,425mm에 불과한 휠베이스 역시 오프로드에서의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참고로 전폭과 전고는 1,880mm, 1,840mm이며 공차중량은 1,845kg다.

외형을 지프 고유의 세븐 슬롯 그릴을 앞세우고 동그란 헤드라이트는 랭글러의 감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플라스틱으로 판들어진 펜더와 두터운 전면 범퍼 등은 되려 순정 상태가 더 어색한 부분이지만 오프로더 고유의 강인한 감성을 느끼기엔 충분히 야성적인 모습이다.

전면 디자인도 꽤 단조로운 편인데, 측면과 후면은 더하다. 기능에 충실한 ‘스퀘어 디자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심미적 표현보다는 다부진 직선이 연이어 이어지며 차량의 디자인을 구성하며 큼직한 오프로드 휠, 타이어 그리고 트렁크 게이드에 매달린 풀사이즈 스페어 휠, 타이어 역시 그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

잊혀진 낯선 존재, 2.8L 디젤 파워트레인

외형도 그렇고, 실내 공간 역시 일반적인 랭글러와 다름이 없다. 실제 이 차량의 차장 큰 특징은 바로 보닛 아래에 있기 때문에 보닛을 열거나 계기판을 자세히 살펴보기 전까지는 특별한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랭글러 루비콘 2.8 CRD의 보닛 아래에는 최고 출력 200마력과 최대 46.9kg.m의 토클르 내는 2.8L CRD 디젤 엔진이 탑재된다. 배기량 대비 출력이 다소 낮은 느낌이지만 고른 영역에서 드러나는 토크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에 5단 변속기 및 지프 고유의 4WD 시스템 등이 더해져 강력한 주행 성능을 암시한다.

거친 감성 속에서 드러나는 랭글러의 아이덴티티

랭글러 2.8 CRD의 시승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동을 걸었다. 투박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기능적으로 아직 많은 부족함이 느껴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모두 과거의 존재임을 느끼게 하지만 ‘지프 랭글러’라는 그 이름만으로 대부분이 용서되는 기분이다. 다만 디젤 엔진 고유의 강력한 진동과 소음은 내심 아쉽게 느껴진다.

투박하지만 당당한 매력을 과시하는 랭글러

먼저 포장된 도로에 올랐다. 포장된 도로는 사실 랭글러의 주 무대가 아니다. 하지만 모든 드라이빙이, 매일의 활동이 오프로드에 한정되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시야가 환해지는 것과 동시에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으며 랭글러가 가진 출력을 끌어 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랭글러 2.8 CRD의 가속감은 그리 강렬하거나 깔끔한 편은 아니다. 애초 디젤 엔진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이 무리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랭글러가 답답하거나 둔한 건 아니다. 워낙 특특한 차체와 넉넉한 토크를 가지고 있어 발진 가속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5단 변속기와 오프로드에 초점을 참춘 파워트레인의 성향 상 다소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있고 또 최고 속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의지를 반영해 달려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감히 드러낸다.

홈 그라운드의 어드밴티지를 얻은 랭글러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 오프로드 코스로 접어들었다. 랭글러의 시트에 앉아 시트 포지션을 조절하고 스티어링 휠 등도 조금 더 타이트하게 조절했다. 이번에 경험한 시승 코스가 아주 극한의 락 크롤링 구간이 아니라 그렇게 격렬한 오프로드 구간은 아니라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프로드 구간 초반, 차량의 움직임은 그리 둔하거나 답답하지 않았다. 노면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서 차량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있었지만 크게 어려워하는 느낌이 아니었다. 하지만 조금씩 과감해지는 노면의 상태로 인해 차량을 잠시 세우고 4LOW 기어를 선택하게 됐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오프로드 주행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과시하는 차량이지만 4LOW 기어를 활성한다면 지프의 존재감이 무척 강해지게 된다. 여기에 순정 사양임에도 불구하고 험준한 노면 상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하체의 조합 덕분에 더욱 자신감 넘치는 주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주행 모드를 바꾸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랭글러는 거침이 없었다. 특유의 높은 지상고, 랭글러만을 위해 새롭게 개발된 굿이어의 랭글러 타이어까지 더해지며 어떤 상황에서도 뛰어난 주행 성능과 움직일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했다.

오르막 구간이나 노면 상태가 다소 젖어 여느 차량이라면 쉽게 휠스핀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랭글러는 그런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움직임에 큰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인 감성이라고 한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거칠고, 자잘한 돌로 인해 차량의 상하 움직임이 커지긴 하지만 랭글러에 타고 있는 이상 부담이나 걱정이 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구간이 아니라며 랭글러를 믿고 계속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고, 스티어링 휠을 다룰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순간에도 디젤 엔진 특유의 한 템포 늦은 반응이 아쉽긴 했지만, 오프로드 코스에서 랩 타임을 찍는게 아니니 이정도로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좋은점: 랭글러 2dr 특유의 경쾌하고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 성능

안좋은점: 디젤 엔진 고유의 한 템포 늦은 반응과 다소 답답한 출력

다시 만나고 싶은 존재, 지프 랭글러 2.8 CRD

솔직히 말해 이번 시승을 하면서 랭글러 2.8 CRD의 매력이나 경쟁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느낄 수있었다. 개인적으로 디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운영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시장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향후 신형 랭글러에서는 다시 한 번 디젤 모델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차기 랭글러 디젤 모델의 발전을 기대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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