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사는 장모(43)씨는 쪼그려 앉은 채 5살 아들을 업고 일어섰다. 13살 아들 손을 붙잡고 마라톤 출발 시작점에서 뛰기 시작했다. 장씨는 “아내가 어린이집 교사인데 평상시에 아동 실종 문제에 관심이 많아 가족 4명이서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17회 그린리본 마라톤 페스티벌’이 9일 서울 송파구의 잠실 한강공원 트랙구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1도에 이르는 등 뜨거운 햇볕이 쏟아졌지만, 참가자 2500여명이 연둣빛 물결을 이뤘다.
◇ “실종 아동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함께 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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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원 이데일리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뛰면 마음과 몸을 걸러주고 자신을 비우면서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한다”며 “항상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고 실천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여러분이 주인공이니 성공하는 꿈을 꾸며 뛰길 바란다”고 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그린리본은 실종 아동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희망의 상징”이라며 “매년 2만 건의 실종 아동이 발생하고 이 중에서는 장기 실종으로 이어져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문제를 알리는 행사에 참여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도 “작년 한 해만 2만 6416건의 실종 아동 신고가 발생했고, 집에 돌아간 아이도 있지만 작년 말 기준 58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이런 문제를 기억하면서 실종 아동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한강공원을 안전하게 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둣빛 손수건을 머리와 손목 등에 착용한 참가자들은 몸풀기 체조를 끝낸 뒤 오후 2시 20분께부터 잠실 한강공원을 뛰기 시작했다. 11.19㎞를 선택한 참가자들이 먼저 뛴 다음 5.25㎞를 선택한 참가자들이 차례대로 뛰기 시작했다. 한강공원에 설치된 선베드(일광욕의자)에 누워 있던 일반 시민들도 참가자들을 향해 “파이팅”, “아자 아자”를 외치며 응원해주기도 했다.
◇ 아이 업은 부모들부터 10대 여고생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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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임현아(33)씨는 4살배기 아들과 함께했다. 임씨는 “가족 모두가 5.25㎞ 마라톤 코스를 선택했다”며 “아이가 4살이라 못 뛸 수 있지만 참여에 의의를 두고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로서 볼 때 행사 취지가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며 “행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도운(4) 군은 주먹을 쥐며 “엄마, 아빠 파이팅”을 외쳤다. 아버지와 마라톤 행사에 참가한 고정민(13)군은 “아버지가 마라톤을 같이 하자고 제안해서 왔다”며 “5.25㎞를 뛰는 것은 힘들겠지만 잘 뛰어서 완주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1020세대 젊은 층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김모(18)씨는 “실종된 아이들을 막기 위한 좋은 취지라 친구 3명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며 “오늘 날씨가 덥지만 스포츠 타월이랑 쿨팩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친구들 3명과 함께 왔다는 이모(27)시는 “한강을 같이 뛰는 친구들과 함께 참여했다”며 “날씨가 덥지만 취지도 좋기도 하고 해서 재밌게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장에선 실종 예방을 위한 지문 사전등록 부스가 차려져 부모와 아이의 발길이 이어졌다. 6살 딸의 지문을 등록한 안모(36)씨는 “딸 아이의 지문을 등록했었는데 아이가 자라서 사진을 다시 등록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한동안 못 왔다가 행사가 열린다는 글을 보고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서울특별시·서울경찰청이 후원했다. KG·할리스·안다르·코카콜라·SPC·휠라·농심 등 기업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