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피부 관련 기사나 화장품 광고에 ‘피부 장벽’이란 말이 흔히 쓰인다. 피부는 외부 환경을 마주하는 구조적인 경계로서, 미생물이나 이물질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고, 체내 수분을 유지하며, 열 손실을 막고, 다양한 촉감을 느끼는 감각기관이기도 하다. 피부 각질층은 피부 가장 바깥의 약 20μm에 해당하는 얇은 층으로 피부가 장벽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피부 건조증은 정확히 말하면 바로 각질층의 수분이 감소했을 때 나타난다. 피부각질층은 10-15층의 각질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방 성분이 각질세포 사이를 촘촘히 메우고 있다. 학자들은 이를 “벽돌과 시멘트 (brick and mortar)” 구조라고 부른다.
각질세포사이 지방은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으로 이루어지며, 각질세포들의 배열을 유지해주고 각질층에 수분을 잘 머금게 해준다. 이 중 세라마이드는 각질세포사이 지방 전체 무게의 50%를 차지한다. 각질세포 사이 지방, 특히 세라마이드는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히 감소하여 피부 건조와 주름을 유발하며 피부 장벽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또한 각질세포에는 ‘자연보습인자 (Natural moisturizing factor)’라고 하는 수분을 끌어당기는 아미노산이 있는데, 이 또한 노인에서 감소되어 있어 피부가 쉽게 건조해진다. 아토피피부염, 건선, 피부건조증 환자들의 피부에서는 각질층의 지방이 감소되어 있다. 피부 장벽기능이 떨어지면, 표피의 수분 증발량이 증가해 피부 건조가 유발되고, 외부 자극이나 알레르기 유발물질의 침투에 취약해져 접촉피부염과 같은 피부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증가한다.
보습제는 이러한 피부 장벽기능의 유지와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보습제는 각질층의 지방성분을 외부적으로 보충해 주고, 지방층의 구조를 정상화시켜 피부 장벽 기능을 건강하게 회복시킨다. 보습제라고 다 같지는 않다. 인간의 피부 각질층의 생리적인 지방과 비슷한 지질성분을 포함한 보습제는 더욱 효과적으로 각질 세포 사이에 흡수되어 분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상적인 지질 성분의 비율은 콜레스테롤, 지방산, 세라마이드의 비율이 1:1:1 또는 1:1:3 이라고 알려져 있다. 기존 연구에서 세라마이드와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을 함유한 크림은 시중의 일반 보습제에 비교했을 때 각질층의 지방층 구조를 유의하게 개선시켰다.
보습제의 성분도 기능에 따라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바셀린, 미네랄 오일, 코코넛 버터, 쉬어 버터 등은 밀폐제로서 피부 표면에 기름진 막을 형성에 피부의 수분 증발을 막아준다. 함습제 성분은 피부 진피로부터 각질층으로 수분을 끌어당겨 피부 표면을 촉촉하게 해주고 유화제는 각질 세포 사이를 채워 피부를 부드럽게 해준다. 보습제에는 이런 여러 성분이 조합되어 있으며, 피부 상태에 따라 잘 맞는 보습제를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습도는 피부의 수분량에 영향을 준다. 보통 습도가 30% 아래로 떨어지면 피부 건조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철 피부건조증 (winter itch)을 호소하는데 건조하고 추운 날씨, 쌩쌩 부는 찬바람, 히터의 뜨거운 공기는 노출된 피부로부터 수분을 빼앗아간다. 겨울철 뜨거운 물에 목욕을 너무 오래하거나, 세정력이 강한 비누를 사용하는 습관, 스키장 하얀 눈에 반사되는 강한 자외선 노출 등은 모두 피부건조증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방안의 온도는 너무 높지 않게 유지하고, 가습기를 켜서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는 것이 피부 건조증에 도움이 된다. 또한 피부는 PH 4.5-5.5의 약산성 환경으로 세정력이 강한 알칼리성 비누(대부분의 고체 비누)는 각질세포 사이 지방을 녹여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따라서 약산성의 순한 바디 워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피부과 의사들은 때를 절대 밀지 말라고 한다. 때는 피부 장벽기능의 핵심이 되는 각질층을 벗겨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피부를 건조한 채로 방치하면 피부가 갈라지고 아플 뿐만 아니라 가려움증과 습진의 원인이 된다. 또한 피부 건조증은 주름 형성을 촉진하여 피부 노화를 앞당긴다. 보습제는 건강한 피부를 유지해 줄 뿐 아니라 피부 건조증을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완화하고, 피부 장벽이상이 동반된 여러 피부 질환에서 보조적 치료제로도 사용한다. 따라서 보습이 첫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