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 속의 산장에서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세 사람 사내, 남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들은 서로와의 예상치 못한 만남에 당황한 나머지 만나야 할 사람이 산장에 나타나지 않자 이곳을 떠나려고 한다. 그러나 같은 공간과 시간에 갇힌 채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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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하이라이트 시연회에서 표상아 작가 겸 연출은 “문학에서 수천 년을 다뤄온, 그러나 이제는 죽은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운명’이라는 소재를 물리학 같은 현대 과학이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구상하게 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작품은 양자역학, 다중우주와 같은 이론을 바탕으로 세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극이 전개되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각자 다른 시간대에서 온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 남자가 산장에서 만나려고 한 인물도 사실 같은 동일 인물이라는 점도 찬찬히 밝혀진다.
이날 시연회에서는 주요 장면만을 발췌해 선보여 전체적인 스토리 파악은 힘들었다. 표 연출은 “물리학에서 출발한 내용이지만 이야기로서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관객이 쉽고 직관적으로 극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객이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극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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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에서 볼법한 설정이지만 공연 자체는 아날로그적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만드는 서정적인 음악과 함께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가 극을 이끌고 간다. 표 연출은 “SF장르니까 영상을 이용하는 화려한 연출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무대 예술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살리는 것이 중요했다”며 “SF적인 소재를 SF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음악도 작품의 독특한 설정을 반영했다. 김여우리 작곡가는 “세 캐릭터가 결국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음악을 만들었다”며 “각 캐릭터의 메인 테마가 되는 노래의 경우 이들이 알게 모르게 같은 노래를 부르게 되도록 각기 다른 구성으로 짜봤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박시원·원종환·유성재가 사내 역을, 강정우·주민진·유제윤이 남자 역을, 김지온·홍승안·정대현이 소년 역을 맡는다. 강정우는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만약 내가 이런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를 고민하는 때가 있는 것 같다”며 “인물들의 서로 다른 선택으로 펼쳐지는 평행 세계를 통해 관객도 각자의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비클래스’, 뮤지컬 ‘블랙슈트’ 등을 선보인 공연제작사 스탠바이컴퍼니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공연은 오는 9월 6일까지.